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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서칭 포 슈가맨.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만들어낸 달콤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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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나치의 독재와 인종 차별이 극심하였던 197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연히 미국에서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남아공으로 온 한 소녀가 들고온 음반은 금방 그녀 친구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고, 얼마 안가 그 음반 속 가수는 남아공 최고의 인기가수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여타 미국 가수들과 달리, 음반 속 가수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남아공에서만 슈퍼 스타일뿐, 정작 본토 미국에서는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음반 2장 내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가수. 하지만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자신의 우상의 존재를 알고 싶었던 열혈 팬에 의해 그 가수의 진짜 정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고, 그 가수도, 그를 기다렸던 팬들도 상상치 못했던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시스토 로드리게즈.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보기까지 그는 남아공을 제외하고 전 나라에서는 한 때 가수로 활동했으나 인생의 대부분을 공사장 인부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평범한 어르신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아공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아공에서 로드리게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앨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밥 딜런보다 뜨겁고 위대했던 뮤지션이다. 





멕시코인의 피를 이어받은 히스패닉 로드리게즈는 이미 준비된 뮤지션이다.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음반기획자들은 당시 미국의 슈퍼스타 '밥 딜런'을 넘는 재목으로 로드리게즈의 음반을 취입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로드리게즈의 음반은 처참히 실패했다. 음악 하나만 놓고 보면 실패할 요인이 전혀 없었으나, 가장 결정적이자 믿기기 어려운 요소를 하나 꼽자면, 남미계라는게 팍팍 드러나는 '로드리게즈' 이름이었다. 


그렇다. 남아공처럼 대놓고 흑,백 간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 역시도 암암리에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고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을 차별하였다. 그 유명한 마틴 루터킹 목사가 목숨을 내걸고 인종차별에 저항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이야기이다. 로드리게즈 아버지처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살던 미국 디트리디트는 항상 우울한 적막한 분위기가 감지되었고, 그 곳 사람들은 '큰 꿈'을 꿀 수도, 이 도시에서 쉽게 나갈 수도 없었다. 그 곳에서 이민자 아들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순탄치 않은 인생과 도시의 경험담을 녹여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았던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당시 인종차별과 독재에 억압되어있던 남아공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상 최고의 노래였다. 그 당시 다른 나라와 장벽을 쌓고 있던 남아공 사정상, 외부 문화를 접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애시당초 로드리게즈 음반은 불법으로 유입되었고, 대중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슈퍼스타' 였다. 


당시 미국 내에서 유행하던 '히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로드리게즈의 음악에는 자유, 저항, 사랑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었고, 그의 노래는 잘못된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던 남아공 청년들에게 큰 영감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불의와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였다. 당시 남아공 청년들에게 '로드리게즈'는 단순히 가수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우상이자 독재 정권 저항의 상징이였던 셈이다.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엘비스에 버금가는 슈퍼스타임에도 불구, 정작 남아공 내에서도 로드리게즈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음악 평론가들을 포함한 로드리게즈 팬들은 로드리게즈가 죽었는 줄 안다. 그것도 무대 위에서 자살이란 비극적인 최후로...그럼에도 '어떻게 로드리게즈가 죽었을까?' 조차 궁금했던 열혈팬들은 로드리게즈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 노랫가사만으로 로드리게즈의 행적을 추적. 기어코 그들이 믿고 있던 바와 다른 '진실'에 접근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로드리게즈가 누군지 전혀 몰랐던 한국 관객들조차도 죽은 줄만 알았던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기쁨의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하물며 자신들의 '슈가맨'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남아공 팬들의 벅차오르는 가슴은 오죽할까.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상, 하루라도 빨리 로드리게즈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바람으로, 남아공 슈퍼스타의 뒤늦은 귀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남아공에서만큼은 자신이 엘비스를 뛰어넘는 인기 가수인지조차도 몰랐던 로드리게즈에게도 자신에게 열광하는 수천명의 팬으로 가득찬 공연장 무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적이다. 


뛰어난 음악성에도 불구, 자국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대신 남아공에서는 시대의 우상으로 추앙받았던 전설이었던 로드리게즈. 비록 가수로서는 일찍 활동을 접어야했지만,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의 끈을 놓지 않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는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왔으며,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살아온 덕분에 약 28년 만에 가수로서 인정받는 행운을 얻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우상 '슈가맨'의 정체를 파헤치던 두 남자의 끈질긴 추적으로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기적으로 달콤하게 마감한 <서칭 포 슈가맨>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포기하지 않는 삶'이다. 


로드리게즈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 끝까지 슈가맨이 누군지 알고 싶었던 두 남자의 집념. 그리고 가수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낙담하지 않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로드리게즈가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머릿 속으로도 그려내지 못했던 '기적'이 이뤄진 것이 아닐까.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온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지만(?), 영화 덕분에 뒤늦게 알게된 '로드리게즈'의 아름다운 음악들은 삭막한 감정에 메말려있던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고 촉촉한 기적이다. 


한 줄 평: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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