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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우리도 사랑일까.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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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를 클라이맥스 전까지 보고 든 생각. "아 이거 우리나라 정서와는 영 맞지 않구나."


그렇다. 결말을 보지 않고, <우리도 사랑일까>를 접한 관객이라면 보다가 '멘붕' 올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한 여자가 남편의 계략으로 희대의 카사노바와 사랑에 빠질 뻔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아예 미셸 윌리엄스가 극중 자신의 남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영화는 여자가 자신을 둘러싼 평온적인 일상을 깨고 새로운 사랑 찾아 떠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극 중 결혼 5년차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 분)는 업무 차 떠난 여행길과 비행기 안에서 연이어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난다. 두 사람은 단박에 호감을 느끼지만, 마고에게는 이미 남편이 있었고, 대니얼은 그 사실에 격하게 좌절한다. 더군다나 마고와 대니얼이 각각 살고 있는 집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닭요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 루(세스 로건 분)과 함께 사는 마고는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하고 요리까지 잘하는 남편 덕분에 더할나위 없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누이가 과거 알코올 중독에 걸려서 그렇지, 시댁 간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닭요리라고 해도 매일 먹으면 지겹듯이, 마고는 매일같이 닭요리만 하는 남편 루에게 염증을 느낀지 오래다. 결혼 5년 차 부부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권태기이지만 비행기 환승할 때처럼 어딘가 중간에서 붕 떠있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마고는 남편이 아니라 앞집 남자 대니얼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자기 자신에 혼란을 느낀다. 





첫 눈에 마고에게 반해버린 대니얼은 끊임없이 마고의 주변을 서성인다. 그러나 그런 대니얼이 싫지 않았던 마고는 대니얼과 자신의 사이를 확실히 정리하기보다 어정쩡한 상태로 남겨 둔다. 결국 대니얼은 마고의 곁을 떠나고, 대니얼이 떠난 뒤에야 마고는 자신이 얼마나 대니얼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마고의 진심을 알게된 루는 믿었던 아내에게 제대로 뒤통수 맞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마고를 이해하고 마고는 그런 루의 곁을 떠나 대니얼에게 달려간다. 


이윽고 너무나도 뜨거웠던 마고와 대니얼의 관계. 하지만 아이들의 불장난도 잠시. 그렇게 서로 죽고 못살았던 마고와 대니얼의 애정은 급속도로 식어가고, 결혼 생활 5년을 맞았던 마고와 루가 그랬던 것처럼 민숭맨숭한 사이로 되돌아간다. 그 사이 루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발매한 요리책이 대박을 치게 되고, 마고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간 것에 격분한 루의 누나는 다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고에게 독설을 퍼붇는다. "세상 너 뜻대로만 살면 좋을 것 같지?" 


어정쩡한 관계가 싫었던 마고는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5년동안 동거동락한 남편이 아닌, 대니얼을 택했다. 그러나 새 물건도 곧 헌 것이 되듯이, 영원할 줄 알았던 대니얼과의 설레임도 금새 익숙해지고 지겨워졌다. 그렇다고 다시 루에게 돌아갈 수는 없는 법. 마고는 다시 외로움을 느끼고, 진정으로 혼자가 됨을 느낀다. 





마고는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기보다, 타인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애정 결핍을 채워가는 여자였다. 때문에 그녀는 늘 불안에 떨고 있었고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그녀가 비행기 환승, 두 남자와의 사이에서 걸쳐있는 양다리같은 어중간함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주관과 신념이 있으면 어중간한 관계는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타파 대상이다. 오랜 세월 곁에 있던 남편을 택하던,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던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다. 


그런데 마고는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 찾아 떠났음에도 불구, 여전히 그녀의 허전한 가슴과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애초 사람이란 결국에는 혼자 남겨지는 존재이고,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연적으로 짊어져야하는 숙명이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있어서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뒤따라 오는 결과도 본인이 책임져야하는 몫이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끝내 새로운 사랑 찾아 떠난 자유부인을 숭배하는 분위기로 마감할 것 같았던 영화는 그럼에도 진심으로 행복할 수 없었던 마고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묻는다. 





자기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도 정확히 모르는 채 어중간한 선택과 불완전한 사랑의 연속. 그럼에도 주체적으로 사랑을 쟁취하지 못했던 마고는 지금도 자신에 대한 확신없이 불안 속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아픈 자화상이 아닐까. 외로움이란 빈틈이 커지면 커질 수록 결국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 그래야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p.s: <브로크백 마운틴>,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의 미셸 윌리엄스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질 것 같은 영화. 개인적으로 캐나다 국민 아역에서 계속 들추어 보고픈 영화를 만들어내는 실력파 감독으로 우뚝 솟은 사라 폴리의 차기작이 궁금할 뿐. 


한줄 평: 사랑과 이별. 외로움에 대한 젊은 여감독의 섬세한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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