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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대종상 영화제. 광해천국 살린 류승룡의 재치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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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열린 49회 대종상 영화제는 말그대로 '광해 천국'이었습니다. 


영화제의 꽃인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부터 의상상, 음악상, 편집상, 촬영상까지. 기술 부문의 상은 모조리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휩쓸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천만관객을 넘었고, 대중 상업영화치고 상당히 잘 만든 작품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올 한해는 <광해, 왕이 된 남자> 말고도 한국 영화를 수놓은 훌륭한 작품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사법부 개혁에 대해 화두를 내던진 <부러진 화살>. 한국 영화계의 정통 멜로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킨 <건축학개론>. 그리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위용을 만천하에 알린 <피에타>. 천만관객만 넘지 않았을 뿐이지,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긴 작품이 줄을 잇던 2012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종상 영화제는 올 한해 개봉한 영화 중에 <광해, 왕이 된 남자>만 기억하고 있는가봅니다. 오죽하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 위에 등장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쳐스 원동연 대표가 영화계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할 정도로, 받는 이도 머쓱하게 만드는 시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배우상은 예년과는 달리 줄 사람에게 주었다는 반응입니다. 인기상을 수상한 이병헌이 남우주연상까지 독식하는 바람에, <범죄와의 전쟁>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이 무관으로 남게된 아쉬움이 있었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이병헌만 놓고 보자면 그 역시 남우주연상 탈만한 자격이 충분했거든요. 


무엇보다도 가장 반가운 수상자는 <피에타>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민수와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김성균을 꼽고 싶네요. 조민수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가장 유력한 여주주연상 후보였음에도 불구, <피에타>가 황금 사자상을 타는 바람에 아깝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녀의 수상은 '유력'에 가까웠습니다. 조만간 열릴 스포츠조선 주최 <청룡영화제>에서도 조민수에게 여우주연상을 허할지 의문이지만 일단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의 한을 푼 조민수의 수상은 당연하면서도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또한 남우조연상 류승룡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영화로 동시에 후보에 올라 신인남우상을 거머쥔 김성균의 수상은 오랜 인내의 시간이 주어진 달콤한 결실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김성균은, 한 때 생활고에 연기를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있었답니다. 그러나 우연히 <범죄와의 전쟁> 오디션을 보게 되고, 그 뒤로 영화계에 입문한 김성균은 오랜 시간 연극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2대8 단발머리 하정우의 오른팔을 보고 그제서야 김성균을 알아보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는 준비된 배우이자 날개만 달아주면 언제 어디서라도 훨훨 날 수 있는 백조였던 것이죠. 역시나 그는 <범죄와의 전쟁> 한 편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배우가 되었고, 이후 <이웃사람> 등에서도 광기에 가득찬 섬뜩한 연쇄살인마 연기를 펼친 김성균은 이제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거목'입니다. 


그러나 올 대종상 영화제 시상 도중에 가장 많은 화제를 안겨준 이는 '충무로의 귀요미(?)' 류승룡이었습니다. 지난 해 청룡영화제에서 뼈있는 개념소감으로 수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재치만점 류승룡은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서도 위트있는 감각으로 시종일관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하였습니다. 


지나친 광해 수상 남발로 어느 때보다 말이 많은 대종상 영화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제가 개최될 때마다 말이 많았던 배우들의 호응도는 참 좋았던 영화제로 기억되는데요, 그 중심에는 단연 류승룡이 있었습니다. 


대종상 영화제가 열리고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축하공연을 펼치는 박진영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임수정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구애를 청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동안 영화제에서 축하공연 온 가수들이 배우들의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했던 이벤트였죠. 그런데 거기서 임수정을 향한 박진영의 검은 손(?)을 퇴치할 흑기사가 등장합니다. 올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을 사랑하는 카사노바로 활약한 인연 때문인지, 류승룡은 임수정을 향한 박진영의 구애를 적극적으로 막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진영의 이벤트에 재치있게 화답한 류승룡 덕분에 머쓱할 수도 있었던 축하 공연이 유쾌하고 화기애애 진행될 수 있었죠. 


류승룡의 남다른 재치는, 시상식의 백미이자, 그를 가장 돋보이게하는 수상소감에서 반짝반짝 빛나게 됩니다. 올 한해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2012년 충무로를 빛낸 스타로 입지를 굳힌 류승룡은 남우조연상 수상이 유력시된 배우였습니다. 류승룡 역시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광해 15관왕에 보탬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올 한해 류승룡을 최고의 매력남으로 등극하게 만든 영화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꼽고 싶습니다. 


역시나 개념 소감의 달인 류승룡 선생 답게, 그는 흥행,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음에도 불구  광해 천국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을 거론하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광해>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겠다고 하여 좌중의 폭소를 유발한 류승룡. 류승룡이기에 할 수 있었던 재치있으면서도 뼈있는 수상 소감이 아니었을까요. 





연거푸 이름을 호명받아 상 받으려 나오는 사람이 미안해하는 시상식. 제 아무리 천만관객에 작품성까지 갖춘 영화라고 해도 한 영화가 모든 부문을 독식하는 것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한 영화가 동시에 3~4개관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문화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던 대종상 영화제. 그나마 대종상 측의 지독한 <광해> 사랑에 밀려 무관으로 남은 자신의 다른 출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과 아쉽게 상을 받지 못한 선배들도 살뜰하게 챙긴 류승룡의 '이름 모를 젖소'가 살린 시상식. 이번 광해 천국의 대종상의 히어로는 단연 류승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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