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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1박2일. 김승우, 차태현, 주원이 보여준 배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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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박2일> 시즌2가 탄생하기 전만해도, 김승우는 <1박2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멤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강남 부촌에 거주하는 톱스타였고, 부인은 김남주, 그가 어울리는 친구들은 장동건, 현빈, 조인성 등등 화려한 별들이었다. 게다가 아무 곳에서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김승우가, 서민적인 소탈함이 앞서는 <1박2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최대 의문이었다. 


하지만 시즌2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난 이후, 김승우는 지금 <1박2일>에 없어서는 안될 중심 타선이요, 기둥이다. 실제로 <1박2일>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는 김승우에게서 나온다. 젠틀하고 멋있기만 한 톱배우 김승우는 <1박2일>에 적응하면 적응할 수록, 바보형, 나댐형 등 그의 고급스러운(?) 외모와는 전혀 매치가 안되는 별명이 쏟아져 나온다. 이는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망가져주는 김승우가 이룬 노력의 산물이다. 그 덕분에 김승우는 톱배우가 가지는 특유의 도도함과 신비주의를 잃어버렸지만, 대신 강남 주민 김승우에 이런 저런 편견을 가졌던 이들과 수많은 대중들의 호감과 사랑을 얻었다. 


지난 2일 방영한 KBS <1박2일-섬마을 음악회>는 전라남도 진도 가사도에서 열린 음악회를 중점으로 다뤘다. 음악회가 메인이다보니, 지난 주와 달리 게임과 복불복에서 나올 법한 큰 웃음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에, 여름에나 올 법한 폭풍까지 내리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계획했던 가사도 주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1박2일> 멤버들은 궃은 비를 쫄딱 맞고, 가사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섬마을 음악회'에 참석할 것을 정중히 홍보한다. 쏟아지는 비에도 주민들은 흔쾌히 음악회가 열리는 가사분교에 찾아왔고, 특별 게스트 윤상, 윤종신, 유희열을 포함 <1박2일>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주민들의 흥을 돋운다. 


지난 주 <1박2일-섬마을 음악회> 1탄을 빛낸 주인공이 입수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윤종신과,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다소 생소한 약골 캐릭터인 유희열과 윤상이었다면, 이번 음악회의 중심은 다시 <1박2일> 멤버들이다. 물론 뒤에서 주민들의 다소 엇갈리는 박자도 열심히 맞춰주던 유희열, 윤상, 윤종신은 뮤지션 본연의 자세를 돌아간 것만으로도 엄청난 후광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웃음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속성 상 가장 큰 웃음을 쏟아낸 이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섬마을 음악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연을 꼽자면, 김승우, 이수근, 차태현이 한 조가 된 차력 공연과 김종민과 주원이 짝을 이룬 '오렌지 캬라멜' 공연이었다. 일단 두 팀은 어린 아이의 꿈에 나타난다면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충격적인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다. 찰리 채플린처럼 아주 짙은 눈썹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나타난 김승우와 이수근, 차태현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첫차'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 중반으로 넘어가자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갑자기 김승우의 머리에 바가지를 내리친다. '첫차 브러더스' 공연의 백미 차력쇼가 시작된 것이다. 





쇼 이름이 안 아파 쇼, 안 추워 쇼 였기 때문에 그들은 바가지와 각목을 맞아도 안 아픈 척 참아야했다. 하지만 제일 곤욕은 쏟아지는 비에 메리아스와 야시시한 꽃남방 바지를 입고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 전우치는 망했어요가 절로 나오는 안습쇼였다. 아예 이수근은 웃통까지 다 벗고 물통 안에 들어갔다. 이제 나댐형 김승우만 남았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옷을 벗을 수 없는(?) 김승우는 그냥 옷을 다 입은 채로 물통에 들어가, 동생들에 의해 멀리멀리 보내진다. 몸소 쇼를 펼치는 당사자들은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랐겠지만, 보는 이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깔 웃는다. 원래 이런 원초적인 몸개그가 재미있는 법이니까. 





반면 그 뒤에 나온 오렌지 캬라멜은, 앞서 공연한 형님들처럼 크게 몸쓸 일은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크다. 우선 주원의 여장이 돋보인다. 애초 주원이 이목구비가 크고 귀엽게 생긴 상이긴 하지만, 여자 분장을 하고 가발을 쓰니 천상 여자다. 게다가 평소 오렌지 캬라멜을 무지 사랑하는 주원이였던만큼 앙증맞게 손발 오글거리는 안무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여자보다 더 예쁜 주원이기에, 그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유희열의 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유희열을 대표하는 단어, 매희열을 포함, 뱀파 희열까지 다 나온다. 그리고 주원을 바라보는 간절한 매희열의 눈빛을 <1박2일> 제작진이 새로 명명하길. "주원아 COME 희열" ㄷㄷㄷㄷㄷ





매희열의 예사롭지 않는 눈에 단박에 들 정도로 주원의 여장 비주얼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라구하는 용맹한 각시탈이 여자로 분장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법한데, 그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여장에 임했고, '오렌지 캬라멜'도 흡족해할 완벽한 공연을 선사한다. 다만 어린 아이가 봤을 때는 상당히 공포스럽고 무섭게 다가온다는 것이 에러이긴 하지만.


차태현이야 배우임에도 불구, 웬만한 예능인보다 재미있는 스타로 알려졌기 때문에 <1박2일> 합류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하지만, 전형적인 배우 스타일이었던 김승우와 주원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 김승우는 그 어떤 멤버보다 웃음 분량을 쏟아내는 '나댐형'으로 완벽히 굳혔고,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귀여운 막내 주원은 그 존재만으로도 훈훈함을 자아낸다.  





<1박2일> 아니었음, 김승우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웃기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가 <1박2일>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넘치는 희극인의 끼를 어떻게 끝까지 숨기고 살 수 있었을련지. 그리고 주원이 <1박2일>의 막내로 등장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그가 이토록 매희열의 마음에 들 정도로 여장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는지 모르고 지나갔을 뻔 했다. 이는 선한 웃음이 매력적인 엄태웅과, 가수이지만 까칠한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던 '성충이' 성시경도 해당되는 말이다. 


매번 영화제를 개최할 때마다 배우들의 거만한 태도(?)에 대해서 몇몇 대중들의 입방아가 끊이지 않는 시대. 배우의 품위는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날려보내고 기꺼이 시청자들을 위해 망가져주는 김승우, 차태현, 주원의 노력이 가상하다. 언제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진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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