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신의소녀들. 개인의 자유의지를 짓밟는 맹목적 집단 폭력의 심각성

반응형





고아원 출신으로 현재는 수도원에 몸을 기탁하고 있는 보이치타(코스미나 스트라탄 분)에게 오랜 친구 알리나(크리스티나 플루터 분)이 찾아온다. 알라나 또한 고아원 출신으로 한 가정에 입양되었으나, 독일로 떠났던 알리나는 보이치타를 자신이 살고 있는 독일로 데려가고자 한다. 하지만 오직 보이치타만 원하는 알리나와 달리, 보이치타는 수녀로서 삶을 원하고, 결국 엄격한 수도원의 규율과 믿음 사이에서 두 사람과 수도원을 둘러싼 갈등은 비극으로 치닿게 된다. 


실제 2005년 한 수도원에서 엑소시즘을 행하다 사망한 젊은 여성 사건을 다룬 영화 <신의 소녀들>은 루마니아(이 나라에 어떤 지도자가 살았는지 검색해보면 더 좋을듯요)에 위치한 한 종교적 규율에 강하게 얽매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기본 갈등 축은 수녀가 되고 싶은 보이치타와 그런 보이치타를 사랑하는 알리나의 관계다. 정확히 그려내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기류는, 여자 친구들 간의 흔히 있는 우정을 넘어서 독실한 기독교 계통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동성애’다. 고아원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부터 못된 남자아이들로부터 보이치타를 지켜준 알리나에게 보이치타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 그리고 연인이다. 


하지만 알리나를 좋아하면서도, 수도원 생활에 익숙한 보이치타는 알리나와 함께 수도원을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리나는 보이치타도 자신처럼 하나님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길 간절히 원한다. 그것은 보이치타뿐만 아니라, 보이치타가 머무는 수도원의 신부와 수녀들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애초 신을 믿지 않았던 알리나는 보이치타처럼 신의 품에 안기길 거부하고, 신이 빼앗아간 보이치타를 자신에게 돌려놓기 위해 몸부림친다. 





만약 보이치타가 수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알리나와 함께 떠났다면, 반면 알리나가 온순하게 주님의 품 안에 안겼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허나 보이치타의 가슴 속에는 이미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강하게 설여 있었고, 알리나 또한 쉽게 보이치타를 포기할 수 없다. 


이렇게 두 소녀 간의 종교에 대한 신념과 사랑에 대한 갈망의 충돌은, 수도원이라는 쉽게 거역할 수 없는 ‘권력’과 맞물리며 강하게 발화된다. 애초 자신들이 믿는 ‘그리스 정교회’ 외의 종교 신자는 출입조차 할 수 없었던 수도원은, 하나님 대신 보이치타만 원하는 알리나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받아들일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보이치타 되찾기만 혈안이 되어있었던 알리나는 감당할 수 없는 발작 증세를 일으키고, 알리나의 몸 안에 악마가 들었다고 판단한 신부와 수녀들은 알리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퇴마의식(엑소시즘)’을 강행한다. 





알리나가 수도원에 오기 이전까지, 수도원의 수녀들은 오직 신과 신부의 말씀에 복종하고 따르던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신과 신부에게 회의적인 알리나가 나타나면서, 수도원 사람들은 자신들의 오랜 규율과 전통에 반기를 드는 어린 소녀를 옭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몸 안에 깃든 악마를 내쫓는다는 명분으로 알리나를 밧줄과 사슬로 묶고 입에 재갈까지 물린다. 알리나가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자신들이 오랜 세월 지킨 믿음에 순종할 때까지 말이다. 


오랜 시간 외부와 고립된 채 철저히 지켜오던 규율과 신념이 서유럽에서 온 소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수도원은 자신들이 강요하는 믿음을 거역하는 알리나에게 종교적 행위를 빙자한 폭력을 가한다. 중세 시대처럼 신에게 맹목적인 나머지 벌이는 ‘마녀사냥’이 지금도 암암리에 행해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집단의 있는 다수와 신념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개인에게 가해지는 다수의 억압과 폭력이 과연 일부 종교 집단에서만 벌어지는 문제일까? 


영화 <신의 소녀들>은 동유럽 루마니아에 위치한 종교 집단과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소녀들의 이야기로 갈등을 국한시켰지만, 오직 복종만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분위기에 처참히 짓밟히는 자유의지. 그리고 어떤 실체를 향한 비이상적이고도 맹목적인 추종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단순히 종교 문제로 갈등하는 소녀들의 비극적으로 국한하기에는, 다수의 주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현재 우리나라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7년 <4개월, 3주..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작. <신의 소녀들> 또한 올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 수상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12월 6일 개봉. 



한 줄 평: 어떤 실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때론 그 실체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혹은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맹목적인 추종의 섬뜩함)  ★★★★☆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