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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마린. 소중한 이의 부재를 함께 위로하는 남은 자들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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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거친녀석들>, <비기너스> 배우 멜라니 로낭의 장편 데뷔작. 멜라니 로랑은 영화 <마린>에서 감독, 각본은 물론 주연까지 도맡았다. 


<마린>의 주요 인물인 마린(마리 다니노드 분)과 리사(멜라니 로랑 분) 자매의 가족 구성은 상당히 특이하다. 10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마린은 밀리와 리사 모녀집에 입양된다. 그런데 리사와 마린의 엄마 밀리는 마린을 입양할 때쯤, 남편과 입양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게다가 리사는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진 않지만, 남편없이 홀로 아들 레오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리사는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그 자체를 두려워한다. 





리사와 마린은 입양으로 이뤄진 자매를 넘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친구다. 그런데 마린에게 알렉스(데니스 메노쳇 분)이라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점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홀히 하면서부터, 리사는 알렉스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오직 자신과 레오만 바라보는 언니 리사를 외면할 수 없었던 마린은 애써 알렉스를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알렉스는 계속 마린을 찾아오게되고, 마린 역시 자신의 마음 속 깊숙이 박힌 알렉스를 거부할 수 없음을 알게된다. 하지만 참으로 짖궃게도 마린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깊은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고, 리사와 알렉스는 큰 상심을 얻는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나누어 진다. 전반부가 마린을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되는 운명적 사랑의 설렘을 그렸다면, 후반부는 마린의 사고로 인해 슬픔은 겪은 가족들과 알렉스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미 사랑의 씁쓸한 맛을 접한 언니 리사와 달리 운명을 믿었던 마린은 정말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한다. 가끔 서로 맞지 않아 싸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푹 빠져있어 한 시도 떨어질 수 없었던 마린과 알렉스의 행복한 표정을 짧은 숏으로 교차반복하여 경쾌하게 편집한 화면구도는 말랑말랑한 연애의 달콤함을 한껏 배가 시킨다. 





그러나 마린이 사고를 당하고 혼수 상태에 빠진 이후부터 어느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처럼 달달하면서도 혹은 리얼하게 흘려가던 극은 180도 바뀌어버린다. 이 때부터 계속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마린이 아닌, 마린의 언니 리사가 전면으로 나선다. 마린이 임신 3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알렉스와 리사와 밀리는 마린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지만, 점점 자신의 배가 불러옴에도 불구 마린은 도통 깨어날 줄을 모른다. 



전혀 차도가 없는 마린의 의식과는 달리 처음에는 서먹하고 냉담하기만 했던 알렉스와 리사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도저히 의식을 회복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연인 마린의 상태에 절망하고 있던 알렉스는 리사의 집을 찾아가고, 처음부터 동생 남친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리사도 어느덧 레오 임신, 출산 이후 누군가에게 꽁꽁 닫혀있던 빗장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다. 





입양으로 이뤄진 세 모녀와 아버지 모르는 레오, 그리고 훗날 이 독특한 가정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알렉스의 존재처럼 영화 <마린>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이 서로를 통해 자신들의 결핍과 슬픔을 위로하고 보듬아주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부여받는다. 마린을 너무 사랑하지만 몇 달이고 어떠한 진전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마린을 더이상 지켜볼 자신이 없던 알렉스는 리사를 통해 다시 마린의 곁을 지키게 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려했던 리사는 알렉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웃음을 되찾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참으로 비정하게도 영화는 끝내 극 중 인물은 물론 관객들이 원하는 '기적'을 선사하지 않는다. 애초 이 영화는 소중한 이의 부재로 인해 인연을 맺게된 남녀가 서로에게 닥친 비극과 상처를 함께 치유하는 과정과 그 슬픔을 딛은 새로운 '시작'에 집중하고 있다. 





독특한 촬영, 편집 기법으로 서서히 다가올 비극을 덤덤히 고조화시키고,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장면으로 따뜻함을 그리고자하는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 특유의 예술적 표현과 분위기 강조에도 불구, 이음새 떨어지는 장면 전환으로 각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는 연출력이 아쉽다. 


하지만 이는 경험 부족한 초보 감독에게 흔히 있는 당연한 결과. 그렇다고 <마린>은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인 화면만 남은 것도 아니요, 각 시퀀스의 인과 관계가 엮이지 않고 따로 노는 플롯의 엉성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장편 데뷔작에 이정도의 완성도있는 작품이라면 앞으로 멜랑니 로랑의 차기작에 관심을 가져도 될 법하다. 다만 대부분의 프랑스 산 영화가 그랬듯이,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딱히 한국의 다수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ㅠㅠ 


한 줄 평: 이음새 떨어지는 연출을 상쇄시키는 감각적인 영상과 따뜻한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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