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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반창꼬. 한효주의 연기 변신이 살린 뜬금없는 신파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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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사고현장에서 응급 환자를 구하다가, 정작 위급한 상태인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강일(고수 분)은 삶의 의욕을 상실해 버린 지 오래다. 그런 강일 앞에 그가 좋다고 죽자 사자 따라다니는 여자가 나타난다. 직업은 의사. 거기에다가 얼굴까지 예쁘다. 


물론 강일을 좋아한다는 미수(한효주 분)에게는 음흉한 속셈이 숨어있다. 환자를 기계적으로 대하다가 의료사고를 내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위기인 미수는, 그녀의 소송에 유리한 역할을 해 줄 강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강일을 꾀어내어 강일에게 칼을 휘두른 뇌사 상태 환자 남편을 맞고소하기 위한 그녀만의 플랜을 작성한다. 허나 3년 동안 오매불망 죽은 아내만을 생각하는 강일의 마음이 쉽게 열릴 리가 없다. 그러나 계략적으로 강일에게 접근한 미수는 점점 강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강일 또한 미수의 사랑스러움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영화 <반창꼬>의 기본 틀은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주인공은 상념에 빠지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주인공은 그 어떤 사랑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그런데 목적이 있어서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가 결국은 그의 마음을 열어줄 새로운 연인이 나타나게 되고, 죽은 연인과 새로운 인연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은 힘들게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인다. 


이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 클리셰에 <반창꼬>는 소방관, 의사 등을 등장시키며 생명 윤리를 끌어들인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응급환자와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던 소방관과 환자를 직업적으로만 다루기 급급한 의사가 만난 계기는 의료사고다. 자신의 몸을 내던지면서까지 위기에 빠진 시민을 구하는 소방관과 자신이 가진 의술로 여러 생명을 살리는 의사는 언제나 예고도 없이 불쑥 들이닥치는 인간의 위기를 경감시키는 숭고한 직업이다. 


하지만 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미수는 의사로서 중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실수를 하게 되고, 어떻게든 능력 있고 돈 잘 버는 의사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소방관 강일을 꾀어 의료 사고 소송에서 이기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소중한 이를 내던지면서까지 시민을 구하는 강일의 투철한 생명 존중 사상에 매료된 미수는 의사로서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아왔는지 뉘우치게 된다. 





초, 중반 미수가 강일을 유혹하기 위해 좌충우돌 해프닝을 벌이는 에피소드와 미수와 강일이 티격태격 싸우면서 서로에게 점점 빠져드는 과정은 그럭저럭 관객들의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단아한 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 다소 과격하고 솔직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미수를 위해 과감히 연기변신을 벌인 한효주의 호연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로맨스를 살린 것이다. 마동석, 김성오, 쥬니로 이어지는 탄탄한 주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초반부터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히 코믹하게 잡아내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반창꼬>의 위기는 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후반부에 터진다. 연말 관객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남다른 공을 들인 장면이 나름 상큼한 멜로물로 잘 나갈 수 있었던 <반창꼬>의 계륵이 되어버린 것이다.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항상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소방관의 특성상, <반창꼬>는 신파로 갈 위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반창꼬>는 일촉즉발에 처한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과 의사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이끌어내는 감동은 의외로 덤덤하게 다가오게 하면서 오히려 사족만 될 뜬금없는 신파요소가 짠하고 등장하는 악수를 둔다. 그렇다고 그 신파적 요소가 극의 결말을 극적 있게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초반 미수의 발랄한 태도처럼 쿨 하게 갈등을 조장할 플롯은 없었을까. 도대체 왜 구태여 그 요소를 삽입했을까 하는 감독의 의도가 궁금할 뿐이다. 


큰 감동을 자극하기 위해 다소 비현실적이면서도 개연성 없이 이끌어나가는 스토리. 멜로가 중심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 강일과 미수가 서로를 진심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 물에 현실 개연성을 찾는 것도 어불성설. 


한효주와 연기 변신,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마동석과 김성오. 그리고 주연 못지않게 눈에 띄는 정진영, 양동근 깨알 카메오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 <반창꼬>. 다행히 영화는 몸 사리지 않고 엽기 발랄녀로 변신한 한효주의 사랑스러움과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명품 조연들의 열연으로 그럭저럭 연말에 팝콘과 함께 시간 때우기로 볼 만한 멜로 영화로 남게 되었다. 


한 줄 평: 한효주를 위해, 한효주에 의해 다듬어진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한 뜬금없는 신파 작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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