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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달빛프린스. 북 토크쇼와 신변잡기 사이의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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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MC를 맡게되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KBS <달빛프린스>의 컨셉은 "책 읽어 주는 사람들."이다. 


토크쇼 혹은 예능 형식을 통해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MBC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명랑히어로-명랑토론회>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방영될 당시, 매달 <느낌표>를 통해 선정된 도서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얻기까지 하였다.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글쓴이 동생도 <느낌표>를 보고 책 몇 권을 사기도 했는데 그 책들이 아직도 우리집 책장에 소중히 꽃혀있다..)


하지만 <느낌표>가 인기리에 방영했을 때보다 2013년 대한민국 출판 시장은 더욱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출판강국인 일본조차 오랜 경기불황으로 책이 예년만큼 팔리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 유명 서점, 주요 온라인 북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자면, 자기계발서, 스님들의 좋은 말씀, 어학 교재 등을 제외하고 새로운 신간 소설이 거의 보여지지 않을 정도다. 


가뜩이나 조금씩 어려워지던 출판 시장이 더 위기를 맞은 것은, 책을 사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듯해진 경제 악화도 있고, 스마트폰 활성화 탓도 있겠다. (물론 굳이 책을 사보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층도 더러 있긴 하다) 일단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거나 사서보지 않는 원인만을 따지기 이전에, 그나마 대중들에게 그나마 친숙한 TV를 통해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였다. 


강호동, 탁재훈, 정재형, 용감한 형제, 동방신기 최강창민을 MC진으로 구성한 <달빛프린스>는 대놓고 "책을 꼭 읽어야한다"는 식의 계몽, 장려가 아닌, 소개하고자하는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퀴즈와 토크를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키는 놀이 방식을 취한다. 사실 2010년 대에, "무조건~해라." 식의 억지 계몽 운동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거부감만 증식시키는 꼴이다. 역시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예지PD의 연출작답게 다소 공익적으로만 보여질 수 있는 콘텐츠를 부담스럽지 않은 웃음과 함께 재미있게 내놓으려고 하는 시도는 좋았다. 어쩌면 강호동에게는 책을 기반으로 한 토크쇼라는 새로운 도전이 앞으로 그의 방송인생에 있어 플러스가 될 수도 있는 긍정적인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첫회라서 그런지 <달빛 프린스>는 굉장히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죽하면 첫 녹화를 마치고 난 이후 이예지PD가 대놓고 "멘붕"이라고 표현했을까. 여타 토크쇼와 달리, "착함"을 지향하였고, 또 그 분위기를 돋보이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애초 강호동과 탁재훈은 방송인들 중에서도 비교적 강한 이미지에 말이 많은 진행자로 꼽힌다. 그런데 <달빛프린스>는 무려 강호동, 탁재훈 두명을 동시에 끌어들인다. 두 명의 유능한 MC모두 소화해낼 수 있다는 <달빛프린스>의 자신감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보기에 강호동과 탁재훈이라는 다소 언발러스한 메인MC 조합은 불안요소 중 하나다.


다행히도 <달빛 프린스> 강호동과 탁재훈은 서로의 장점인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보다 비교적 프로그램 분위기와 토크쇼 진행이 낯선 초보MC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달빛프린스> 첫 회가 보여준 방향이다. '북토크쇼'라는 타이틀을 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정작 소개하겠다던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보다 첫 게스트로 초청한 이서진의 신변잡기에 치중했던 첫 회는(그것도 그 주제에 맞는 토크라고도 보기도 어려워보임), <달빛프린스>의 정체성을 사뭇 궁금하게 한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라 강요로 비춰질까봐 재미있는 토크를 통해 이야기를 접근해가는 취지는 좋았지만, 말이 좋아 '북토크쇼'지 결과적으로는 퀴즈를 통한 기부의 훈훈함만 남았던 <달빛프린스>. 기획의도대로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 그 책에 따라 주제가 선정되는 유쾌한 버라이어티 토크쇼로 자리잡기에는 좀 더 기다려봐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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