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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홍석천. 다름의 이해를 일깨워주는 진정한 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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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대한민국 내에서도 동성애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퀴어 영화는 분위기부터 어둡고 결말 또한 비극적이다. 작년에 김조광수 감독이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라는 비교적 유쾌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는 퀴어영화를 선보이긴 했지만, 동성애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보수적인 한국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백야>에서 원규(원태희 분)은 몇 년 전 동성애자에게 혐오를 가지던 이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그 충격에 한국을 떠나 독일 승무원이 된다. 린치 사건을 통해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된 아버지하고 인연을 끊은 지는 오래다. 그 후유증으로 원규와 함께 사람들에게 맞은 애인은 다리를 전다. 하지만 한국이 싫어 떠난 원규가 잠시 한국에 돌아온다. 그것도 단 하룻밤. 그런데 원규는 옛 애인이 아닌 동성애 사이트 채팅에서 만난 태준(이이경 분)과 잊지못할 밤을 보낸다. 태준은 원규를 대신해, 몇 년 전 동성애자에 증오심을 뿜어낸 남자에게 복수를 하고, 원규와 태준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긴 이별을 한다. 


2009년 실제 종로에서 일어났던 동성애 대상 묻지마 폭행을 토대로 만들어졌던 <백야>는 실제 성소수자로 꿋꿋이 살아야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경험담이 묻어나는 동성애자들의 슬픈 현실이다. 역시나 유명한 성소수자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는 김조광수 감독의 <두결한장>은 가족들에게도 인정받고 사회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며 남들처럼 당당히 살아가고픈 동성애자들의 일종의 바람이 담긴 판타지다. 


<두결한장>의 민수(김동윤 분)이 그랬듯이 대부분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이 두렵다. 행여나 동성애자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 이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또한 부모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수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즈비언 의사 효진(류현경 분)과 눈가리고 아웅식의 위장 결혼을 감행해서라도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남들에게 숨기고자 한다. 


요즘 용감히 '커밍아웃'을 하며 여전히 동성애에 곱지 못한 현실과 당당히 맞서싸우는 성소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얻는 것보다 잃을게 더 많아보이는 '커밍아웃'은 글쓴이같은 이성애자들은 결코 알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그들 인생 최대의 갈림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보다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더 곱지 않았던 시절, 상당히 유명한 연예인 축에 속했던 한 성소수자가 당당히 커밍아웃을 선언하였다. 당연히 그는 그 대가로 방송에서 잠시 물러나야했으며 그 뒤 다시 연예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기까지 약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우리나라 부모가 그랬듯이 아들이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잘사는게 일생일대 꿈이였을 법한 홍석천 부모님에게도 아들의 커밍아웃은 하늘이 무너지는 날벼락과 같은 충격이었다. 여전히 홍석천 부모님은 홍석천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아들이 평범한 사람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을 내비추신다. 어쩌면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다수의 이성애자의 시각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만약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가 동성애자라면...진정 가슴으로 나와 성정체성이 다른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홍석천은 지난 4일 SBS <힐링캠프>를 통해 요 몇 년동안 자신이 알던 성소수자 지인들을 10명 가까이를 잃었다고 비통함을 표한다. 홍석천이 커밍아웃 한지 13년이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 커밍아웃을 한 이는 오직 홍석천뿐이다. 아니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이고, 대통령까지 성소수자의 인권을 언급한 미국에서도 리키 마틴, 조디 포스터 사례에서 보았듯이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커밍아웃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조광수, 이송희일 감독과 더불어 한국에서 젤 유명한 성소수자 문화인사 한 사람으로서 홍석천은 바쁘다. 다수의 이성애자들이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동성애자를 둘러싼 무지에서 생긴 편견을 완화해야하고, 동시에 몇몇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휘두르는 폭력에서 용케 견뎌내야하는 성소수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어야한다.


홍석천의 말에 따르면, 다수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호모포비아가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홍석천은 포기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해피엔딩이었지만 영화 <두결한장>의 마지막 장면처럼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부모 앞에서 동성애 연인과 떳떳이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 영화 <라잇온미>의 주인공들처럼 성소수자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남들처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오늘도 홍석천은 달리고 또 힘을 내어 열심히 달릴 것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연예인 유일 커밍아웃 스타로서 자신이 먼저 겪었던 성소수자의 비애를 다음 세대에 되물림되지 않도록 용기내어 끝내 이경규처럼 동성애에 대해 관대하지 않았던 이조차 '다름의 미학'을 일깨워주는 홍석천. 그야말로 동성애뿐만 아니라 다수와 다른 가치와 성향을 가진 비주류는 살기 어려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진정한 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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