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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영화 주리. 75세 신인감독 김동호가 그려낸 유쾌하고 청명한 영화인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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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강수연, 정인기, 토니 레인즈, 토미야마 카츠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유명 영화인들이 단편 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무산일기>로 전 세계에서 촉망받는 신예 감독으로 떠오른 박정범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배우 이채은, 김꽃비, 박희본이 잠시 얼굴을 비추더니, 카메오가 무려 임권택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다. 도대체 누가 메가폰을 잡았기에 고작 24분 단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울고 갈(?)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한 걸까. 엔딩이 끝나고, 감독 이름이 나오는 순간 절로 수긍할 수밖에 없는, 바로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어르신 김동호 감독 첫 연출작 <주리>다. 





75세 신인 감독 김동호의 새로운 꿈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비단 유명 배우들뿐만 아니다. <만추> 김태용 감독이 조연출, <봄날은 간다>, <괴물> 김형구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고 4월 <전설의 주먹> 개봉을 앞둔 강우석 감독도 편집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두만강> 장률,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윤성호가 각본, 각색을 맡은 만큼 단편임에도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것은 두말 나위 없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재임한 김동호 감독은 영화 <주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발휘, 영화제 심사 도중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마음이라고 말하는 정 감독(정인기 분)과 그에 대해 격한 반론을 펼치는 강수연(강수연 분).  대상 줄 작품이 없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영화 평론가 토니(토니 레인즈 분), 서투른 영어 때문에 제대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없는 토미야마(토미야마 카츠에 분),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명확한 판단을 제시하지 못하는 심사위원장 안성기(안성기 분)까지. 장시간 토론에도 불구, 서로에게서도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결국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폭발하기에 이른다.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갈등이 빚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영화를 아끼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꿈과 이상이 펼쳐지는 하나의 작품이고, 관객들이 힘들 때나 괴로운 일들을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잊고, 웃으며 희망을 얻는다는 <주리>만의 정의에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된다. 


좀 과장된 측면도 없진 않지만 씨네필 이라면 심히 공감할, 영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다가 끝내 육탄전으로까지 나아가는 장면에서 배꼽을 쥐어 잡게 하는 <주리>만의 기분 좋은 터치가 제법 유쾌하게 다가온다. 





김동호 감독 포함, 영화를 사랑하는 열정 하나로 기꺼이 재능을 기부한 영화인들이 함께하여 더욱 빛나는 <주리>. 아기자기한 귀여운 맛이 돋보이면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이 세상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진수성찬이다. 


한 줄 평: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귀여운 진수성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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