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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조인성 송혜교 키스보다 중요한 사랑의 숭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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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으니까 무죄야."


노희경 작가의 신작, 그리고 조인성, 송혜교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이 어느덧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 하였다. 오수(조인성 분)이 오영(송혜교 분)의 친오빠가 아니라는 점은, 언젠가는 밝혀져야할 진실이었다. 오수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사랑따위 믿지 않은 오수와 오영이 서로를 사랑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그 누구보다 중요했던 <그 겨울>에서 오수, 오영이 남매관계가 아닌 연인 사이로 본격적 이야기가 성립되는 13회는 결말 이상으로 중요한 회였다. 



아니나 다를까, 언어의 마술사 노희경 작가는, 그간 본의아니게 오영을 속여온 오수의 '거짓말'을 오영의 입을 빌려 "사랑했으니까 무죄야." 한 마디로 정의한다. 그렇다. 오수는 정말로 진심으로 오영을 사랑했다. 그렇게 따지면 왕비서(배종옥 분)도 오영을 사랑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너무나도 오영을 사랑한 나머지 언제나 오영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고, 그래서 그녀의 눈을 멀게 하여, 자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좀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오영을 향한 왕비서의 광기 어린 '집착'은 정도만 다를 뿐,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자신의 소유물 쯤으로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의 삐뚤어진 사랑 방식을 연상시킨다. 물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니까, 그 아이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다칠 것 같아 겁나서, 내가 항상 지켜줘야해요.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를 자신이 쳐놓은 '온실' 속에만 가두어두면서, 정작 아이 스스로의 '성장'을 방해하는 그들의 어긋난 애정은 사랑하는 아이는 물론, 본인의 '행복'까지 야금야금 서서히 갉아먹기 일수다. 오영을 항상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본명까지 버리고, 평생 '왕비서'로 살아온 그녀는 자신만의 인생이 없다. 그저 오영을 키우는 계모도 아닌, 그렇다고 보모도 아닌 어중간한 정체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정체모호했던 '왕비서' 인생을 보상받기 위해 더더욱 오영에게 '집착' 한다. 오영을 잘못 사랑했던 과정을, 오영을 내 자식보다 더 사랑했노라나는 '명분'으로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영은 왕비서를 좋아하지 않았고, 한번도 그녀를 '새엄마'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과잉 '애정'을 보이는 왕비서에게 '죽음'으로의 복수까지 꿈꾼 오영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오수는 분명 달랐다. 사물의 표면을 보는 눈은 멀었지만, 사람의 본질을 꿰뚫는 눈은 그 누구보다도 발달했던 오영의 또다른 눈으로 봤을 때, 자신의 친오빠이네 하고 나타난 오수는 자신의 돈밖에 관심없는, 눈이 먼 이후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종족이었다. 허나 언제부턴가 오영의 돈이 아닌 오영 그 자체를 사랑한 오수는 그녀에게 '진심'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찬 겨울의 얼음보다 꽁꽁 얼어있던 오영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버렸다. 노희경 작가의 인간 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실된 사랑이 세상에 상처받은 모든 영혼을 치유하고 다시금 살아갈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12회동안 남매가 아닌 연인으로서 발전할 이 두 선남선녀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애정의 '감정선'은 13회 때 서로 힘들게 감춰둔 마음을 확인하는 '뜨거운 키스'로 승화하기에 이른다. 그동안 숱한 키스신을 봐왔지만, 워낙 조인성, 송혜교 두 배우의 외모와 케미, 그리고 그들이 연기한 오수, 오영의 캐릭터 몰입이 최상이었던 탓에, 그 어느 키스씬보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오수와 오영의 키스가 아름다운 것은, 그들을 연기하는 조인성, 송혜교의 극강 비주얼 덕분만은 아니다. 그들이 남매가 아닌 연인으로 만나기까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과정에 내 친구 이야기인마냥 진심어린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그들의 '키스신'에 이토록 온몸으로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랑 따위 믿지 않았던 오수, 오영마저 변화시키는 위대한 사랑의 힘. 그들처럼 사랑을 믿지 않거나,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을 하지 않았던 현실 속 사람들마저 감화시키는 <그 겨울>이 어느 덧 결말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오영은 오수에게 "우리 진짜 끝난거지." 했지만...우리는 안다..차가운 늦겨울바람과 함께 시작된 지독하고 가슴 시린 사랑이 오랜시간 끝나지 않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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