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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나인. 판타지보다 황홀한 이진욱-조윤희 로맨틱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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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목전에 두면, 모든 것이 간단 명료해진다. 


만약에 박선우(이진욱 분)기자의 형 정우(전노민 분)이 알 수 없는 문장으로 가득한 다이어리와 정체 불명의 향 한개를 남기고 죽지 않았다면, 아니 1년도 버티기 힘든 악성 뇌종양 4기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는 '팩트'가 아닌 '판타지'를 결코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박선우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대로 죽기엔 어머니와 지난 5년간 자신만 쫓아다닌 주민영(조윤희 분)이 눈에 아른 거린다. 더 이상 망설일 일도 없다. 까짓것 그동안 한번도 믿지 않았던 '판타지'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작년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 적잖은 마니아층에게 큰 사랑을 받은 tvN <인현왕후의 남자>의 제작팀이 다시 의기투합하여 세상에 내놓은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은 <인현왕후의 남자>에 이은 또 하나의 타임슬립 드라마이다. <인현왕후의 남자>와 큰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공 선우가 자신의 20년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시간을 거슬러 1992년 겨울. 부잣집 아들에 인물 좋고, 공부 잘하고 성격까지 좋았던 선우(박형식 분)은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행복했다. 어느날 우연히 집에서 삐삐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당시만해도 아버지가 살아계셨고, 어머니도 멀쩡했다. 형 정우는 촉망받는 외과 레지던트 의사였다. 형도 20년 전이 그리웠던 나머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었나보다. 형이 목숨과 바꿀 정도로 그토록 얻고 싶었던 향 9개를 손에 넣은 선우는 형이 못다한 시간 여행을 대신 하고자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20년 전 자신의 가족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시간 여행. 이제 선우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과연 20년 전으로 날아간 2012년 사람이 그 당시 자신을 둘러싼 운명의 시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을까하는 물음은 차치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살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사건, 혹은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타입슬립 드라마가 안겨주는 최고의 장점이다. 


놀랍게도 선우와 정우 형제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1992년은 그나마 대다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시기에 속한다. 군사정권에서 처음으로 민간에게 정권이 이양된 해, 수많은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IMF는 생각지도 못하고, 누구든지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던 나날들. 선우와 정우는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1992년으로 돌아가고자 했고, 자신들에게 있어서 불행의 시작이었던 그 모든 것을 2012년에서 온 자신들의 손으로 막고자 한다. 


정확히 IMF가 터지기 직전 1997년 복고 열풍도 대단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1992년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꽤 많을 법도 하다. 20년이 지나고, 부잣집 아들만 가지고 다닐 수 있었던 삐삐(호출기)에서 전화는 기본이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다시 끄집어낸 그 과거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시계는 2013년을 향하고 있지만, 마치 70~80년대에 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상, 자꾸만 1992년으로 돌아가고자하는 주인공들이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최영장군까지 건너간 타임슬립은 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참신한 소재도 아니다. 20년 전으로 시간여행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내세웠지만, <나인>이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뚫고, 드라마 좀 본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비결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위해 불가능한 '타임슬립' 또한 해내고마는 선우의 의지, 그리고 불치병을 앓은 연인을 끝까지 지켜주고자 하는 민영이 보여준 아름다운 순애보 덕분이다. 





공식적으로 선우, 민영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3개월이다. 지난 5년동안 오직 선우밖에 몰랐던 민영은 3개월 동안 부부로 살자는 선우의 짖궃으면서도 슬픈 청혼을 받아들였고, 그동안 민영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사랑 앞에서 한번도 솔직해보지 못한 선우는 처음으로 뜨겁고도 진실한 사랑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15금이라고 하기엔...다소 진한 선우와 민영 아니 이진욱과 조윤희의 침대 키스신이 야하기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울린다. 아니 저렇게 예쁜 커플에게 고작 3개월만 허하다니...이런 식으로 <나인>에게 제대로 낚여 버렸다. 해야할 대학원 과제가 산더미에 아침일찍 학교 가느라, 밤늦은 드라마 시청은 금물이건만...그냥 선우의 뒤늦은 깨달음대로 간단 명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보자... 시나리오도 완벽하고, 샷, 앵글 각도...미장센도 훌륭하니 재능없는 영상전공자에게 이보다 더 살아있는 교육이 어디있겠는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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