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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조인성의 헌신을 통해 바라본 진정한 사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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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수(조인성 분)이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은 오영(송혜교 분)빼고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오영에게 있어서 오수는 여전히 친오빠다. 하지만 오영을 향한 벅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오수는 또 한번 사회적, 도덕적으로 완전 금기된 '근친상간(?)' 영역에 아슬아슬 다가간다. 





오영을 만난 이후 오직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아등바등 거렸던 오수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희주 이후 오랜만에 누구를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된 오수는 기꺼이 죽음을 각오하고, 오영을 살리고자 동분서주 한다. 하지만 오영은 조무철(김태우 분)의 누나이자, 뇌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조박사(정경순 분)조차도 어찌 손써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첫 회에서부터 죽음만을 생각했던 오영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  아니 오영은 자신의 뇌종양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깨닳았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또 불치병이야!." 하면서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의 상상력 한계에 짜증이 날 법도 하다. 그러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그 겨울>)에서 오영이 앓고 있는 뇌종양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오수와 오영의 로맨스의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극적 요소'로소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어렸을 때 뇌종양에 걸리고, 시력을 잃은 오영에게 다시 찾아온 '뇌종양'은 제법 설득력을 안겨준다.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무리한 원작이 있기에, <그 겨울>에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둔감'해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오영과,  오영을 살리기 위해 이제 오영과 함께할 시간이 고작 2주밖에 남지 않은 오수의 시한부 인생은 오랜 세월 함께 할 수 없기에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조마조마하게 한다. 





거기에다가 오수와 오영을 둘러싼 이들은 하나같이 애정결핍증을 넘어, 사랑하는 주인공을 더욱 죽음에 내몰리는 병적인 집착을 앓고 있다. 과거 오수에게 이별통보까지 받았음에도 불구, 여전히 오수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진소라(서효림 분)는 보는 이의 '짜증'을 유발할 정도다. "대학을 가지 않았다고 막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어." 희선(정은지 분)이 진성(김범 분)의 여동생에게 충고했던 말처럼, 너 혼자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그 사람을 소유할 권리는 없다. 그런 점에 있어서 본인은 사랑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오수와 달리 자신을 버릴 줄 모르고 폼만 잡는다고 하나, 자기가 아닌 오수를 택한 희주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비어줄 수 있었던 조무철은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조인성, 송혜교라는 비현실적인 극강 미모를 가진 톱 배우의 심장 떨리는 멜로로 아름답게 포장하곤 했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노희경의 전작들이 늘 그래왔듯이, 우리가 살아야하는 인생,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자신밖에 모르기에 희주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로 오영에게 다가갔던 나쁜 남자 '오수'가 미운털을 완전히 벗고, 조인성이 아닌 '오수'로 시청자들의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영을 위해 자신을 버린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영을 살릴 수 있다면 죽음마저 불사하겠다는 오수의 겸연한 태도는, 그렇기 때문에 오수와 오영이 끝까지 살아남아 오랫동안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득한 소망을 꿈꾸게 한다. 


결국 오영을 누나 조박사에게 보여주는 대가로 김사장의 돈을 갚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기한을 2주 깎기는 했지만, 오수를 바라보는 조무철의 태도는 과거처럼 '증오'와 '혐오'가 아닌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조무철 또한 '막 살아온 대가'로 이 세상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오영을 살릴 수 있다면 자신까지 버릴 수 있는 오수의 헌신이 그의 영원한 숙적 조무철까지 감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오수의 오영에 대한 '사랑'이 완벽히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오수는 오영을 끝까지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영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육신까지 내놓을 수 있는 오수가 오영이 잠든 틈을 타 그녀의 입술에 선사한 '선물'은 아름다우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강렬히 암시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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