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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해피 이벤트’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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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를 꿈꾸는 철학 박사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비디오 가게 점원 남자의 만남. 그들은 뜨거웠고,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들의 아이를 갖길 희망했다. 그리고 그들은 ‘임신’ 이라는 꿈을 이뤘다. 남자와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출산은 행복한 이벤트의 끝이 아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이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영화 <해피 이벤트>는 여성의 임신과 양육에 대해서 비교적 실제와 가까운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니콜라스(피오 마르마 분)을 만나기 전까지 비교적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왔던 엘리트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 분)는 육아와 학업 모두 완벽을 기하고자 한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법은 어려운 것. 결국 출산과 육아에 그토록 원하던 조교수 자리에서 미끄러진 바바라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끝내 니콜라스와 이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교수를 목표로 학업에만 전념해온 바바라 에게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소중한 딸아이를 안심하고 믿고 맡길 곳이 녹록치 않은 현실은 바바라를 더욱 지치게 한다. 





20년 전만해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는 프랑스였다. 하지만 이제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는 나라는 한국이다. 


프랑스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일, 가정 모두 원활히 꾸려나갈 수 있는 믿음을 여성들에게 심어주는 동안,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있어서 출산과 육아는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해야하는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극 중 대기자가 몰려, 어린이집에 딸을 맡길 수 없는 바바라 커플의 고충은, 믿고 맏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이 많지 않아 발만 돌돌 굴리는 맞벌이 여성 혹은 수많은 할머니들이 손주를 돌보며 노년을 보내는 한국의 양육 현실과 고스란히 연결된다. 


철학 교수라는 이상과 엄마로서의 본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바바라는 이전 세대와 달리 전업 주부 외에도 가정 밖에서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하는 변화된 여성상을 상징한다. 





바바라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화 <해피 이벤트>에서나, 한국에서나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바바라의 임신과 출산은, 바바라의 희생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제2의 쿠엔틴 타란티노를 꿈꿨으나 바바라의 임신으로 꿈을 접고 회사원이 된 니콜라스의 지친 어깨는 한 아이를 잉태하고 부모가 되는 ‘해피 이벤트’가 얼마나 성스럽고도 고된 일과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육아에 지친 바바라에게 영화가 제시한 해법은 ‘연대’다. 엄마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던 바바라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친정 엄마와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바바라의 육아에 언제나 방관자 입장이었던 니콜라스는 아내가 떠난 이후 엄마 몫까지 충실히 해내는 듬직한 아빠로 성장한다.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위로로 육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안식을 얻은 바바라는 엄마로서,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깨달음을 얻는다. 


한 때 낮은 출산율로 몸살을 앓던 프랑스보다 더 심각한 출산율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출산, 육아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 볼 수 있는, 육아 고충 리얼리티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수작이다. 4월 25일 개봉. 


한 줄 평: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현실적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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