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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오로라 공주. 다시 시작된 임성한 월드의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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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임성한 작가는 거침이 없었다. 첫 장면부터 부인에 아이까지 있는 중년의 오금성(손창민 분)과 미모의 젊은 여성 박주리(신주아 분)이 호텔방에서 사랑을 속삭이더니, 금성의 불륜을 말리지 못할망정, 오히려 가재는 게편이라고 금성의 이혼선언을 두둔하는 오왕성(박영규 분)과 오수성(오대규 분)의 갸륵한 형제 사랑이 눈길을 자극한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이 그랬듯이, 지난 20일 첫 방영한 MBC 일일 연속극 <오로라 공주>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속물들이다. 명품과 골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오성의 아내 이강숙(이아현 분)은 금성 자체보다 금성의 돈과 집안을 사랑하는 것 같고 드라마 속 재벌들이 으레 그랬듯이(실제로도 그럴 것 같지만) 왕성과 수성 또한 사랑 없는 쇼윈도 부부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기업 천왕식품 딸인 것을 속이고 빼어난 미모와 몸매만으로 촉망받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사귀는데 성공한 오로라(전소민 분)은 똑똑한 아들을 앞세워 자식장사 제대로 하려는 검사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이름만 들면 입이 쩍 벌어지는 굴지의 대기업 딸임에도 불구, 조건이 아닌 사람 됨됨이를 보고 신랑감을 구하고자하는 로라는 집안 배경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신의 남자를 찾고자하는 현대판 공주다. 


하지만 오로라뿐만 아니라, 훗날 오로라의 짝이 될 황마마(오창석 분)을 비롯, 오로라와 황마마를 사이에 두고 연적관계로 엮일 것 같은 박사공(김정도 분) 가족은 물론. 한국 드라마에서는 물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들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 일하는 사람을 두고 사는 귀족들이다. 





취업과 대학 대출금에 허덕이는 또래 여성들과 달리 별 고민 없이 명품백 2개쯤은 거뜬히 살 수 있는 오로라 공주의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과 잘 맞는 멋진 남성과의 ‘결혼’뿐이다. 자신들에게는 푼돈이지만,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어이 고액의 팁을 내놓는 재벌들의 아량은 재벌의 화려한 생활과 거리가 먼 대다수 서민들의 괴리감만 증폭시킨다. 


서민들과는 다른 별천지에 살고 있는 재벌들의 요지경 풍속을 첫 회부터 불륜과 속물근성 가득한 여자들로 강렬하게 포장한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작가>는 확실히 여타 드라마는 따라할 수도 없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가진 건 미모와 당당함밖에 없었던 신데렐라가 우여곡절 끝에 재벌가 며느리가 되거나, 혹은 최근에 종영한 <오자룡이 간다>처럼 서민 출신 자식이 재벌가 데릴사위가 되는 설정은 더 이상 임성한 월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들끼리만 굳건히 혼맥을 이어나가는 신계급주의 사회에서 한국 드라마에서 드물게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로 드라마를 꾸려나가는 임성한 작가의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솔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쉽게 알 리 없는 재벌들의 왜곡된 욕망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 꽈배기처럼 제대로 뒤틀린 캐릭터에 거부감부터 앞서는 <오로라 공주>는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하다. 





과연 임성한 작가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진 공주가, 동생이 잠을 잘 때 반야심경을 외우는 세 명의 누나들에 둘러싸인 것 외엔 완벽 그 자체인 황마마 에게 반한다는 이야기로, 첫 회의 논란을 잠재우고 시청률 여왕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기대 이상의 휘황찬란한 전개에 눈살이 찌푸리면서도 슬쩍 다음 회 전개가 궁금해지는 <오로라 공주>. 역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두손두발 다 들게하는 특별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오로라 공주>에도 지난 SBS <신기생뎐>처럼 레이저쇼가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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