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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사랑은 타이핑 중’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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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프랑스. 당시 여성으로서 최고의 직업이었던 비서를 꿈꾸며 루이(로맹 뒤리스 분)이 운영하는 보험사의 문을 두드린 로즈(데보라 프랑소와 분)의 유일한 장기는 타이핑. 다른 업무 능력은 다소 아쉽긴 하나, 로즈의 남다른 타이핑 실력을 눈여겨 본 루이는 로즈를 비서로 채용함은 물론, 내친 김에 타이핑 대회에 출전시킨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로즈를 세계 최고의 타이핑 선수로 만들려는 루이와 루이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로즈의 알콩 달콩 러브스토리는 점점 예측불허 속으로 뛰어든다. 






지난 22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59년 파리다. 아직도 전쟁이 상흔이 남아있는 노르망디에서 프랑스 정부는 매년 열리는 타이핑 세계 선수권에서 절대 강자 미국을 제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나, 연이어 미국에게 아쉽게 패하고 만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미국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의 구세주로 떠오른 이는 시골 출신의 로즈 팡필이다. 하루아침에 프랑스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로즈 뒤에는 그녀를 타이핑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켰던 루이의 열정과 사랑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남자 주인공 루이와 그의 친구 밥. 그리고 프랑스, 미국으로 압축되는 타이핑 대결 구도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베레니스 베조 분)을 사랑했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프랑스에 정착한 미국인 밥과 마리의 결혼을 속수무책 지켜봐야했던 루이는 밥에게 강한 승부욕을 드러낸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과 정치, 군사적 동맹 관계를 이어나가면서도 다소 미묘한 관계였던 프랑스 국민들에게 미국과의 짜릿한 타이핑 대결은 프랑스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였다. 


로즈를 타이핑 프랑스 챔피언으로 등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정작 그녀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루이는 요즘 한국 드라마, 영화 시장에서 각광받는 순정남들과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로즈는 자신을 타이핑 챔피언으로 만들어준 루이의 헌신과 사랑을 잊지 않았고, 루이를 향한 로즈의 한결같은 사랑은 관객들의 환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과거 왕자님이 헛간 속의 신데렐라를 구원한다는 케케묵은 판타지를 벗어나, 자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자하는 신여성과 로즈의 성공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1959년을 빌려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사랑은 타이핑 중>은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타자기의 아날로그의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다. 


로맹 뒤리스와 데보라 프랑소와. 올해 열린 66회 칸영화제에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더 패스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베레니스 베조 등 요즘 프랑스에서 각광받는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5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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