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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칸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높은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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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 민지(이민지 분)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환전소 탈출을 꿈꾼다. 


드디어 민지가 원하는 대로 환전소 일을 그만두게 되는 날, 그간 게임 머니로 환전 도중 민지가 자신의 돈 일부를 빼돌린 것에 분노한 남자(강태영 분)의 공격으로 민지의 환전소 탈출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향한다. 





지난 26일(현지시각)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지난 31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특별 상영되었다. 


15분가량으로 제작된 영화는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심도 있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매일 환전소의 조그마한 창구에서 도박에 중독된 손님들과 대면해야하는 여대생은 하루라도 빨리 게임장을 탈출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매일 창구를 통해 돈을 환전하는 알바생과 손님으로 만나는 여대생과 남자는 각각 환전소 사무실과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자신의 돈을 몰래 빼돌린 것에 분개한 남자는 여대생을 위협하고, 하루라도 빨리 게임장을 나가기 위해 손님들의 돈의 일부를 빼돌린 여대생의 행위는 오히려 그녀를 게임장에 가두는 족쇄로 돌아온다. 


경찰 단속과 행여나 있을 손님들의 폭력 등 항시 위협이 도사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대생은 불법 게임장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손님들의 돈의 일부를 빼돌려 가불금을 갚아나가던 여대생이 게임장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은 고도로 자본화된 사회에서 탈출구 없는 경제적 약자의 그림자를 조명한다. 


신영균 문화재단이 지원한 500만원 포함. 자비 300만원을 들여 단 800만원으로 문병곤 감독은 자본주의로 얼룩진 시대의 암울한 자화상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초반부터 엔딩까지 촘촘하게 긴박하게 유지되는 긴장감 있는 편집과 리듬. 몸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과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극적으로 담아낸 메시지까지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세이프>로 칸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젊은 감독의 미래가 사뭇 기대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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