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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퍼시픽 림 거대한 규모 속 신뢰와 소통을 강조한 로봇 SF의 놀라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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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믹>, <헬보이>,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등 판타지와 공포, SF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새로운 선택은 ‘로봇’이었다. 





1억 8천만 달러(한화 2천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답게, 지난 11일 개봉한 <퍼시픽 림>에는 두 눈을 휘둥그레 하는 최첨단 로봇이 대거 등장한다. 만화영화에서나 존재할 법한 대형 로봇이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실사3D로 나타나는 순간. 어릴 때 만화 속 로봇을 흠모한 나머지, 장난감으로도 소장한 추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환호와 탄성이 절로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메가톤급이라는,  <퍼시픽 림>의 로봇이 탄생한 배경을 알면, 그리 고무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2025년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 출연한 외계 괴물 카이주(괴수)의 공격으로 지구가 위협받게 되자, 그동안 각 국 간 세력 다툼에 열을 올리던 지구촌은 고육지책으로 카이주에 맞서는 대형 로봇 예거를 만들어낸다. 





예거의 출연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연이어 카이주를 무찌르는 예거의 승리에 고무되었던 지구연합군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 강력해진 카이주의 반격은 수많은 예거 파일럿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카이주의 공격 당시, 함께 팀을 이뤄 예거 조종사로 활동하던 형을 잃은 롤리 베켓(찰리 헌냄 분)은 자신과 함께 모든 기억을 공유한 형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파일럿을 그만두고 5년 동안 지구 곳곳을 떠돌아다닌다. 


방황하던 롤리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예거 프로젝트를 총지휘하는 대장 이드리스 엘바(스탁커 펜테코스트 분)이다. 연이은 예거의 참패에, 각 국 정상은 예거의 존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원마저 곧 끊길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 이드리스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 동원, 힘겹게 예거 파일럿 팀을 재조직한다. 





인류 구원에 강한 사명감을 가진 총사령관의 부름에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롤리는 여전히 전투 중 사망한 형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형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자신의 기억을 공유해 예거를 이끌어 가야한다는 것이 두렵다. 롤리와 함께 새로 팀을 이뤄 예거를 드리프트(파일럿 동작을 인식하는 조종시스템)을 해야 하는 마코 모리(키쿠치 린코 분) 또한 카이주에게 가족을 잃은 아픔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표현하는데 있어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답게, <퍼시픽 림>은 로봇이 주인공인 SF영화임을 동시에, 초현실적인 존재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약한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공포 영화이기도 하다. 


맨 처음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한 것은 무지막지하게 인류를 위협하는 카이주 였지만, 카이주보다 더 무서운 괴물은, 더 큰 규모의 카이주가 아닌 과거 끔찍한 기억에 집착하는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 인간 내면에 있었다. 


쉽게 과거의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마코 모리를 일으켜 세운 건, 그녀와 마찬가지로 카이주에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롤리였다.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며, 아픈 과거를 분담한 롤리와 마코는 상대방을 믿고 의지하며, 거대 괴물 카이주에게 맞서는 용감한 전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인간은 비록 혼자서는 괴물에게 맞설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서로를 믿고 함께 의지해서 나아간다면, 그 어떠한 절망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역설하는 <퍼시픽 림>. 사상초유의 메가톤급 사이즈에서 오는 전율보다 더 강렬한 소통의 희망이 보인 <퍼시픽 림>의 후속편이 사뭇 궁금해진다. 7월 11일 개봉. 


한 줄 평: 대형 로봇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신뢰와 소통. 인류를 구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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