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접어든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 분)의 삶은 흐림이다. 열여섯 엄마를 잃은 이후,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까밀은 이제 술 없이는 한시도 버틸 수 없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렸고, 여전히 무명배우인 그녀의 삶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까밀의 첫 사랑이자, 남편인 에릭은 젊은 애인이 생겼다면서 야멸차게 까밀 곁을 떠난다.
지루한 일과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2010년 12월 31일.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 함께했던 고교 친구들을 만나러 간 까밀에게 도무지 믿기 어려운 마법 같고 황홀한 일이 일어난다.
만약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겸 배우 노에미 르보브스키가 직접 감독, 주연을 도맡은 <까밀 리와인드>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꿀법한 타임 슬립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까밀 리와인드> 외에도 타임슬립을 다룬 영화, 드라마는 꽤나 있었다. 현재의 인물이 과거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설정은 올해 초 방영한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과 꽤나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서 철저히 제3자의 입장으로 과거의 자신을 보았던 <나인>의 시간여행자에 비해, <까밀 리와인드>의 까밀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 25년 전, 16살 때 자신을 살아가는 인물로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본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남편, 딸까지 자신의 곁을 떠나 외로운 마흔 살 까밀과 달리, 16살의 까밀 에게는 부모님도 있었고, 까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무엇보다도 현재와 달리,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남편 에릭의 존재는 까밀의 가슴을 뛰게 하면서 동시에 불안감에 떨게 한다.
16살 그 이후의 삶을 알고 있는 까밀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로 남는 일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엄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엄마에게 CT 촬영을 간곡히 요청함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에릭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마법 같은 시간 여행도, 정해진 운명을 막을 수 없는 법. 16살 때 모습이 아닌, 마흔의 모습으로 25년 전으로 돌아간 까밀의 시간 여행은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예정된 수순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까밀의 타입슬립은 우울한 현실을 더욱 곱씹게 하는 희망 고문이 아닌, 남은 그녀의 인생을 충분히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추억하되, 되돌릴 수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면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것.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아름답고도 환상적인 타임 슬립.
프랑스 판 <써니>로 입소문이 날 정도로, 1980년대 프랑스 파리를 풍미했던 화려한 노래, 춤,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7월 18일 개봉.
한 줄 평: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하는 우리네 인생을 위한 유쾌한 추억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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