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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훈훈하고도 희망적인 결말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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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18회로 종영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결말은 모두가 원하는 대로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지난 18회 동안 연상 연하 커플의 달달한 로맨스 외에도 현대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혜롭게 풀어낸 드라마답게 결말 또한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수하(이종석 분)이 일년 전 민준국(정웅인 분)을 공격하다가, 실수로 장혜성(이보영 분)을 찌른 사건으로, 살인미수로 기소될 뻔한 위기가 있었긴 했다. 하지만 차관우(윤상현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수하는 원하는 대로 경찰대에 입학하고, 수하가 기소 유예로 풀려나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혜성과 수하는 연인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진정한 연인으로 발전한 혜성과 수하의 달콤한 키스로 대단원의 막이 내렸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마지막회를 행복하게 이끈 수훈장은 차관우였다. 사법 시험, 연수원을 우수한 실력으로 마쳤음에도 불구, 성공과 명예가 보장된 판, 검사가 아닌 국선 변호사가 된 차관우는, 그야말로 낮은 편에서 목소리를 기울일 줄 아는 진정한 엘리트였다. 


과거 장혜성 엄마(김해숙 분)을 살해, 화재사건으로 위장한 민준국을 변호하다가 상처만 얻은 차관우 변호사는 그럼에도, 지난 18회에서 다시 민준국의 변호를 맡아 의아함을 자아내었다. 당연히 서도연 검사(이다희 분)을 비롯한 김판사(김광규 분) 등 주변 사람들 모두 차변의 결정을 뜯어 말린다. 하지만 이체 차변은 더 이상 사람을 너무 믿은 나머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실수를 두 번 다시 범하지 않았다. 


지난날 민준국의 변호 과정에서 그와 얽힌 악연에도 불구, 차변이 직접 민준국의 변호를 다시 맡은 것은, 민준국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지난 17회에 왜 민준국이 짐승이 되었는지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었지만, 애초 그도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심장이식을 받기로 결정한 아내가, 아내에게 돌아가야할 심장을 중간에 가로챈 수하 아버지때문에 사망한 이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민준국은 끝내 수하 아버지를 살해한다. 그리고 민준국이 살해죄로 수감되는 중, 설상가상 어머니와 자식까지 아사하면서 수하. 그리고 자신의 죄를 법정에서 증언한 혜성을 향한 민준국의 증오심은 더더욱 쌓여만 간다. 그래서 그는 출소하자마자 혜성의 어머니 식당에 위장 취업, 기회를 엿봐 살해했고, 이제는 혜성과 수하를 향한 최후의 복수를 단행하려고 했다. 


다시 감옥에 들어간 이후에도, 민준국은 수하와 혜성을 향한 분노를 접지 못했다. 여전히 민준국은 그와 혜성, 수하와의 질긴 악연이 모두 수하 아버지, 혜성, 수하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던 민준국의 참았던 분노와 설움을 가만히 들어주던 차변은, 예전처럼 무조건 민준국의 편만 들어주지 않았다. 민준국의 억울한 감정은 어르러 만져주되, 그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수 있게 도와주는 차관우 변호사는 이제, 이 세상 모든 힘없는 약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국선 변호사로 거듭나있었다. 





차관우 변호사 뿐만 아니라, 오직 원칙만 강조했던 전형적인 도도한 엘리트에서 때로는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검사가 된 서도연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진실이다." 면서 초반 다소 이기적인 면모를 비춰주다가, 엄마를 억울하게 잃은 아픔을 딛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진실을 위해 용감하게 나설 수 있는 '짱다르크' 혜성의 성장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스무살 남짓 나이에, 보통 사람들은 감당조차 하기 어려운 일을 무려 여러번 겪었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의미있는 변화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닥친 위험천만한 일을 잘 극복하였던 수하는 이제 단순 사람의 속 마음을 읽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 





'어둠 속의 빛으로 넌 내게 머물러'라는 부제와 함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제목 자체가 유독 가슴에 와닿았던 마지막회. 





연상 연하 커플의 달달한 로맨스만 보여준 것이 아닌, 서로를 믿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어주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주는 것이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사회의 신뢰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결말이 그 어느 때보다 유독 따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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