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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다희 눈물. 슬픔을 넘어버린 의미심장한 출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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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진부한) 3대 요소로....불치병, 기억상실증,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꼽을 수 있다. 놀랍게도 요즘 공중파 멜로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고 평가받는 SBS 수목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불치병을 제외, 기억 상실증, 출생의 비밀이라는 진부한 요소를 모두 안고 있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올 법한 이 진부한 요소들이, 이상하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보다 색다르게 다가온다. 도대체 왜 일까?





요즘 여성들의 로망 이종석이 맡고 있는 박수하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다. 그런데 수하는 장혜성 변호사 엄마(김해숙 분)을 처참하게 살해하고도 무죄 판결받은 민준국(정웅인 분)과 정면 대결 이후 잠시 기억과 초능력을 함께 잃게 된다. 


다행히도(?) 수하의 기억과 초능력은 다시 되돌아왔지만, 왜 굳이 혜성 곁에 사라진 지난 1년간 수하의 기억을 지워버려야만 했던 제작진의 설정에 적지않은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해답을 가진 주범 민준국은 머지않아 다가올 대망의 클라이맥스를 오싹하게 장식하기 위해 꽁꽁 숨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수하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나면서, 제작진은 왜 진부하다 못해, 짜증까지 난다는 '기억상실증' 이라는 요소를 삽입한데에,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제시하였다. 때로는 보았던 것조차도 송두리째 잊고 싶은 과거. 언제라도 혜성과 수하 앞에 나타나 그들을 위협할 민준국의 존재와 그와 얽힌 악연이야말로 지워버릴 수 있다면, 완전히 날려 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때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때로는 좋은 뜻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선의의 거짓말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자신이 거부하고픈 진실과 맞닥뜨려야하고, 인정해야한다. 지난 주부터, 지난 24일 방영한 15회까지 주요 에피소드로 등장한 서도연(이다희 분)의 출생과 얽힌 비밀이 바로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드라마에 끊임없이 등장하던 '출생의 비밀'은 대개 주인공의 신분 상승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그 반대의 출생의 비밀을 보여준다. 


서도연의 친부인 황달중(김병옥 분)이 자신의 친딸을 찾겠노라고 전면에 등장하기 전까지, 서도연 검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까지는 아니지만, 판사 아버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귀하게 자란 엄친딸이었다. 부장판사 출신 아버지 후광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에서부터 사법 연수원 수석 졸업까지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서도연은 하늘이 불공평하게도 예쁘기까지 하다. 집안, 직업, 외모 어느 하나 빠지는데 없는 엘리트 검사 서도연은 하나에서 열까지 악연으로 점철된 장혜성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개천에서 용난 서민의 희망 짱변과 달리, 애시당초 법조인의 운명이 자연스레 결정되어왔던 서도연은 미모에서 풍기는 도도함과 더불어 과거 박수하 아버지 살인사건을 목격하고도, 재판 직전 증언을 포기한 일, 억울하게 혜성에게 누명을 씌운 것을 시작해서, 잘나가는 검사로서 국선 변호사 혜성을 약올리다가 막판 화해하는, 평범한 악녀에서 머무를 줄 알았다. 하지만 서도연에게는 보통 시청자들 상상 이상으로, 드라마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반전 임무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조차도 타고난 법조 로열 패밀리인 줄 알았던 서도연은 자신의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 분)의 무고한 판결 때문에 25년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던 황달중의 딸이었고, 그녀의 원래 이름은 황가연이었다. 





법조 로얄 패밀리라는 자부감으로 똘똘 믕친 서도연의 출생의 비밀에 고소함을 느낀 것도 잠시.  장혜성은 서도연에게 그녀의 진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결국 서도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으로 결정지었으나, 짱변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친부와 떨어진 것에 모자라, 25년만의 재회에서 검사와 피고인이라는 짖궃은 운명으로 친아버지와 재회한 서도연. 자존심 때문에 친부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황달중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도연은 검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의 생부를 살인 미수죄로 기소한다. 재판에서는 애써 강인한 척 했지만, 도연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음 속에 밀려오는 죄의식과 죄책감을 참고 참아, 결국 화장실에서 모든 것 폭발하기에 이른다. 


출생의 비밀에 넘어,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살인 미수죄로 기소해야하는 도연의 운명은 쌍둥이 사건을 능가하는 심각한 정신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양아버지 서대식의 잘못된 판결때문에 25년동안 감옥에 갇힌 생부의 얼굴조차 모르고 생이별해야했던 지난 날. 하지만 자라면서 판사 양아버지 덕을 많이 받고 자란 도연은 자신의 친부에게 무고죄를 선고한 서대식을 쉽게 원망할 수 없다. 게다가 도연은 검사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친부를 기소한다.  





분명 장혜성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양부의 실수에 침묵하고, 황달중이 친부임을 밝히지 않고, 검사로서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기어이 친부를 기소하고자하는 도연의 행위는 잘못 되었다. 


하지만 친부를 기소하고, 자신의 양부의 잘못에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친아버지를 향한 죄책감에 흐느껴 울며, 진심으로 혜성에게 자신의 친부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도연을 두고,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쉽게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서대식 딸이라고 굳게 믿고 그 프라이드 하나로 버텨온 도연에게, 서대식이 아닌 자신을 낳아준 친부가 있다는 사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고, 여전히 도연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가 모든 것을 인정하고 양아버지와 친아버지의 악연을 끊는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그런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도연의 출생의 비밀 선에서 자신에게 불편한 진실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고, 계속 남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민준국의 아내가 죽었다는 걸 알지만, 이를 차마 장혜성에게 알리지 못해, 서도연의 비밀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박수하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이제 장혜성, 박수하, 그리고 민준국의 끝장 대결만 남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제 불과 3회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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