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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구가의서. 용두사미 결말에도 살아남은 배우 이승기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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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24부로 막내린 MBC <구가의서> 마지막회는, 기존 드라마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고 싶었던(?) 제작진의 야심은 빛났으나 안타깝게도 뜻을 이루지 못한 아쉬운 결말로 기억될 듯하다. 


안타깝게도 조관웅(이성재 분) 부하가 쏜 총에 맞은 이는 담여울(수지 분)이었다. 애초 조관웅이 죽이려고 했던 이는 이순신(유동근 분)이 아니라, 최강치(이승기 분)이었다. 사실 반인반수로 마음만 먹으면 수천명의 장정도 쓰러트릴 수 있는 최강치의 존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하고도 손잡는 조관웅으로서는 걸림돌일터. 하지만 조관웅 부하가 쏜 총알은 강치가 아닌 여울에게 향했다. 







이후 최강치와 담평준(조성하 분), 박태서(유연석 분), 곤(성준 분)이 힘을 합해, 조관웅을 잡아들였지만 끝내 여울은 시청자의 기대와는 달리 강치의 품에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리고 뱀파이어처럼 죽지않는 불사신 강치는 422년만에, 2013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여자경찰로 환생한 여울과 재회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2013년 대한민국에서 이뤄지는 설정은 좋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3회에 이어, 24회의 <구가의서>는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끝내지도, 전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최악의 전개를 보였다. 





만약 <구가의서> 제작진이 2013년 대한민국 서울에서의 강치와 여울의 재회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최소한 그 이전에 탄탄하고도 인상깊은 이별씬 장면을 남겼어야한다. 하지만 그간 벌어놓은 것조차 제대로 수습못했던 <구가의서>에서 종영을 고작 10여분 남기고 등장한 2013년 대한민국 서울은, 그간 힘겹게 쌓아올린 극의 여운마저 저해하는 뜬금없고 생뚱맞은 반전에 불과해 보인다. 


23회가 다소 아쉽게 흘러간 만큼, 마지막 결말에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지만, 가장 애틋하게 느껴져야할 강치와 여울의 이별장면에서도 감정 이입할 시간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구가의서> 24회의 뚝뚝 끊어지는 폭풍 전개는 그동안 <구가의서>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역시나 이 맥빠진 드라마를 살리는 것은 배우 이승기의 몫이었다. 가장 숭고하고도 슬퍼해야할 담여울의 죽음마저도 가벼운 에피소드마냥 터치해버리는 성의없는 극본과 연출 속에서도 최강치는 사뭇 진지했고, 끝까지 최강치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는 이승기의 열정이 보였다. 





가장 압권은, 담여울이 총을 맞고, 애써 분노를 삼키는 최강치의 모습이었다. 총에 맞아 쓰러진 담여울을 품에 안고 최강치는 단 몇 방울의 눈물을 떨어트린다. 감정이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소중한 연인을 잃은 남자의 아픔을 이승기는 그렇게 몇 방울의 눈물과 분노에 찬 표정만으로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비록 <구가의서>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거두지 못한 졸작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최강치로 완벽하게 남았던 이승기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가수에서 MC로. 이제는 배우로 입지를 굳힌 이승기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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