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오전 수업을 빠지고 신주쿠 공원 내 정원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비가 내리 던 어느 날 우연히 정원에서 유키노라는 여인을 마주친 다카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우연한 만남은 비와 함께 동반되는 필연으로 이어진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창 많다는 것 외에, 유키노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다카오. 하지만 그녀에게 점점 매료되었던 다카오는 세상 속에서 걷는 법을 잃어버린 듯한 유키노를 위해 그녀만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떠오르는 혜성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언어의 정원>은 일종의 연상연하 로맨스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어느 연상연하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대략 띠 동갑 정도 차이가 나는 다카오와 유키노 사이에서 ‘나이’는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다소 비현실적인 마법과 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장식하는 연상연하 로맨스와 달리, <언어의 정원>의 사랑은 그리 달달하지도, 모두가 원하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소 이루어지기 힘들어 보이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외에, 스토리는 비교적 평범한 편이다. 극 초반에 막판의 반전을 준비하기 위한 암시 기법은 제법 영리하지만 인상적인 주인공들의 등장에 비해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 같은 결말은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부족한 스토리를 메우는 것은,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영상미이다. 여름 장마철 속 도심 속 정원을 배경으로 한 만큼, <언어의 정원>의 대부분 장면에는 비가 내리고, 빗속의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세심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카메라 워킹과 구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인서트 기법은 흡사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를 보는 묘한 기분을 안겨준다.
4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과 단순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 단점을 완벽히 커버하는 아름다운 영상미만으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언어의 정원>.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찜통더위를 잊을 수 있는 여유로운 휴식이 여기, 비오는 신주쿠 공원에 있었다.
영화도 영화지만,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와중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하는 OST가 오랜 시간 귓가에 아련히 맴돈다.
*주의 사항: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
한 줄 평: 스토리의 아쉬운 점을 아름답고도 시원한 영상미로 커버하는 순정 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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