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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맨발의 친구들. 심혜진의 집밥이 아닌 호화 대저택만 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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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초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발품 팔아 직접 돈을 벌고, 위험천만한 다이빙 입수까지 감행한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이하 <맨발의 친구들>)이 집밥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은, 분명히 집 밥의 중요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예능에서 맛있게 먹는 장면이 꼭 하나쯤 나올 정도로 ‘먹방’이 각광받는 시대 아닌가. 





때문에 <맨발의 친구들>은 시청자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엄마 표 음식을 소개하는 동시에, 오감을 자극하는 먹방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밥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맨발의 친구들> 제작진의 바람과는 다르게, 김나운 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집밥 프로젝트’는 불행히도 논란 투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발의 친구들> 제작진들이 숨은 집밥 고수라고 힘들어 찾은 연예인들의 음식은 대다수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소탈하고 푸근한 ‘집밥’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자택 겸 사업체로 쓰고 있는 주방에 업소용 냉장고가 무려 4~5개가 있다는 김나운의 복분자 장어구이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한 김나운의 특별 보양식이라고 넘긴다 치더라도 보통 서민들은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전복으로 대량의 장아찌를 만든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집밥과, 그것을 마음껏 먹는 출연진의 모습은 식사시간대의 시청자들의 허기만 지게 만든다. 


물론 보통 시청자들과 달리 돈 잘 버는 유명 인사라고 할지라도, 비싼 장어와 전복을 매일 상에 올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평소 먹지 않는 귀한 음식을 대접하곤 했던 우리나라 전통을 비추어 볼 때, 자신의 집을 촬영하는 특별 손님에게 격조 있는 요리를 해주고픈 주인의 성의를 자신의 남다른 재력을 과시하고픈 일종의 허영심으로 쉽게 곡해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정성’을 생각하더라도, 그간 <맨발의 친구들>이 집밥 고수라고 찾아다녔던 연예인의 밥상에는 ‘집밥’하면 떠오르는 도무지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집밥 이라기 보단, 호화로운 한정식을 보는 것 같았던 연예인들의 밥상은 정갈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선뜻 젓가락이 밥상으로 옮겨지지 않을 정도로 불편하게 다가온다. 마치 내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진수성찬들. <맨발의 친구들>의 밥상은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다. 





매번 연예인들의 화려한 밥상 논란으로 여론의 한복판에 선 <맨발의 친구들>은 지난 22일에서 이번에는 기존 비판들과 차원이 다른 심혜진의 호화 저택 논란으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맨발의 친구들>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심혜진의 대저택을 방문한 것도, 연예인 중 숨겨진 밥상 고수라는 심혜진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전수받기 위함이겠지만, 우럭 매운탕, 가리비 대하찜, 불고기 낙지전골 등 심혜진의 음식이 아닌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집만 남았던 22일의 방송은 전혀 예상치 못한 후폭풍만 남았다. 





<맨발의 친구들> 이전에도 대규모 헬스장, 수영장, 생맥주 바까지 구비된 심혜진의 전원주택은 종종 방송에서 공개된 바가 있었다. 하지만 주말 황금 시간대에, 심혜진의 자택을 ‘현실감각 잊게 하는 아름다운 집’, ‘숨만 쉬어도 건강해질 듯한 자연친화적 전원주택’이라는 친절한 해설 하에 세부적으로 낱낱이 공개한 <맨발의 친구들>은 평생을 알뜰히 돈을 모아도 아파트 1채 장만은 물론이거니와 전세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맨발의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내는 연예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위화감을 조성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맨발의 친구들>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명명된 기획의도대로, 대부분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을 몸소 실현하는 중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복분자 장어구이, 전복 장아찌를 유명 연예인에게 대접받고 ,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궁전 같은 대저택을 방문하는 것도 누구나 꼭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진귀한 체험 아닌가. 


그러나 <맨발의 친구들>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대리 만족시켜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공감대를 수반해야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은 최소한의 공감과 훈훈한 웃음과 감동은커녕, 쉽게 보고 느낄 수 없는 호화스러운 여정에 대한 대리 만족조차 느낄 수 없다. 





더군다나 동시간대 최고 경쟁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소탈한 여행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 감동을 모두 선사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건강한 삶과 먹방 이라는 굉장히 좋은 소재를 제대로 맛깔스럽게 살려내지 못하는 <맨발의 친구들>의 판단 착오가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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