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컨저링. 기본에 충실한 웰 메이드 공포 영화의 진수

반응형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영화 <컨저링>은 엑소시즘, 오컬트(초현실적인 현상)에 기반으로 한 공포물이다. 평화로운 가족에 어느 날 무시무시한 악귀가 찾아오고, 유능한 퇴마사들이 귀신을 쫓아내는 설정은 더 이상 소재만으로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컨저링>은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공포 영화 클리셰로 가득하다. 때문에 공포 영화를 조금이라도 즐겨본 관객에게 <컨저링>은 무섭다기보다, 웃기고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 <컨저링>은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2시간 남짓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힘도 탄탄하다. 





소수 특정 마니아만 즐기는 공포 장르이긴 하지만, <컨저링>은 마니아층이 만족하는 공포보다, 대다수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대중성을 추구한다. 이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해, <컨저링>이 취한 전략은 스토리와 ‘덜 잔인하게’, 그리고 ‘가족’이다. 





아시아계라고 하나,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제임스 완 감독의 연출작답게, <컨저링>은 공포 장르임에도 불구, 전형적인 3막 구조의 형태를 띤 영화다. 영화 초반에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복선이 등장하고, 끝에서는 초반에 뿌린 씨앗을 차곡차곡 거두어들이는데 중점을 둔다.  막판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특별한 반전을 만들기보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주력한 <컨저링>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공포 영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 관객들도 만족하면서 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도 <컨저링>이 대중 영화로 성공 하게한 일등 공신 중 하나다. 물론 포스터 홍보 문구와 달리, 아예 무서운 장면이 없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최근 공포 영화의 경향에 비하면, <컨저링>은 가히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고전 공포영화에서부터 등장했던 효과적인 효과와 사운드만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컨저링>은 대놓고 무시무시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오싹하다. 이는 데뷔작 <쏘우>에서부터 남다른 디테일을 보여준 제임스 완의 뛰어난 연출의 힘이기도 하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했다고 하나, 정작 신앙보다 가족을 강조한 것도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케 한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컨저링>에는 새 집으로 이사 오는 순간 악령들에게 고통 받는 페론 가족과 평생을 악귀 퇴치에 전념한 퇴마사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귀신을 퇴치하는 퇴마사의 무용담보다, 퇴마사이기 앞서, 아이와 배우자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가족의 힘으로 초자연적인 절체절명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하는 페론 가족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악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페론 가족이 특별한 신앙이 없다는 설정도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기에, 쉽게 엑소시즘조차 받을 수 없었던 페론 가족이 우여곡절 끝에 악귀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이 아닌 가족들 간의 믿음이었고, 마찬가지로 퇴마사 부부가 그들이 만났던 악귀들 중 가장 최악의 케이스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들의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내야겠다는 자기희생과 사랑이었다. 





영화 초반 강조한대로, 공포, 두려움은 결국 인간의 빈틈을 노리기 마련이다.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종교적 믿음보다도 더 강력한 가족, 인간 간의 신의와 사랑을 보여준 <컨저링>은 인간과 인간 간의 믿음이 쇠퇴해져가고,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 역설적으로 인간애의 회복과 가족을 강조한다. 





기발하고도, 새로운 무서움을 억지로 찾기보다 익숙한 소재, 전개 방식을 통해 보다 탄탄한 이야기를 추구한 <컨저링>. 단언컨대, 최근에 나온 공포 장르 중 가장 영리하고도 무서운 웰메이드 공포 영화가 아닐까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