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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소원. 가장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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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개봉한 <소원>은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당시 ‘조두순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소원(이레 분)은 술에 취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항문 등이 심하게 파손되는 사고를 당한다. 소원에게 일어난 끔찍한 범죄는 소원이 뿐만 아니라, 아빠 동훈(설경구 분), 엄마 미희(엄지원 분)에게도 큰 상처로 다가온다. 하지만 가장 걱정인 건, 몸보다도 마음이 더 다친 소원이의 미래다. 





아동을 대상으로 벌인 성폭행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된 만큼, 최근 몇 년 동안 드라마, 영화를 통해 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경각심을 울리고자 움직임은 꽤나 있어왔다. <소원> 또한 아동 성폭행을 다룬 영화인만큼, 성폭행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소원>은 가해자에 대한 응징, 분노 표출보다 피해 아동과 가족이 받은 상처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 소원이와 동훈, 미희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은 사법부, 경찰 등 국가가 아닌 이웃 공동체의 몫이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공권력에 해당하던 경찰 또한 <소원>에서는 근엄한 형사, 순경이 아닌 소원이를 웃게 하기 위해 흔쾌히 ‘코코몽’ 탈까지 쓰고 소원이의 상처를 누구보다 가슴아파하는 ‘이웃’의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상처를 받은 소원이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이웃들의 헌신은 절대적이다. 소원이의 장기간 입원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동훈을 위해 아내(라미란 분) 몰래 들어놓은 적금을 깨는 직장동료 광식(김상호 분)을 필두로 임신에 소원이 일까지 겹쳐 쓰러진 미희를 정성껏 간호하는 광식 아내, 소원이를 격려하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편지를 쓰는 학부모회 와 소원이 학교 친구, 자신이 겪은 아픔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대물림 되지 않게 성치 않은 몸으로 성폭행 피해아동 자원 봉사에 나서는 정숙(김해숙 분) 등. 





그들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소원>은 그래서 더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어떤 위기 앞에서도 인간과 인간 간의 믿음과 선의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순수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선함을 믿기에, <소원>은 현실에 있음직한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보다 더 판타지 같은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원>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픈 상처를 극복한다는 판타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법부의 엄중 처벌 없이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아동 성폭행 범죄의 심각성을 그려내는데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주위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만으로 소원이 받은 상처는 쉽게, 완전히 아물지는 못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소원이들의 다친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노력과 별개로 또 다른 소원이가 나오지 않게 성폭행 범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법적 처벌이 수반되어야한다. 





하지만 ‘아동 성폭행’이라는 잔인하고도 끔찍한 범죄의 악몽을 여전히 선한 본성을 유지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의 온기로 서서히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소원>은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다시 들추기엔 너무 아픈 상처를 차분히 보듬어주며, 관객들의 마음까지 힐링 시키는 이준익 감독의 휴머니즘이 다시 반짝 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한 줄 평: 가장 아픈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휴머니즘의 진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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