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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화이 진짜 괴물을 삼킨 배우가 된 여진구의 눈부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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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이 이창동 감독, 이준동 형제와 손을 잡고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 상업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가임에도 불구, 굉장히 잔인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2003년 작품임에도 불구, 기발하고도 창의적인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큰 반항을 얻었던 <지구를 지켜라> 수준은 아니지만, <화이>는 잔인한 설정 외에, 상업 영화로서 전혀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각각의 장면을 이어나가는 이음새는 군데군데 허점이 보이긴 하지만, 영화에 몰입함에 있어서는 크게 방해를 주지 않는다. 2시간 남짓 가까운 러닝타임을 지루함 없이 박진감 넘치게 이끌어나가는 힘. 역시 10년 전 흥행에 실패했지만, 천재적 감독으로 큰 찬사를 받았던 장준환 감독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장준환 감독, 이창동 감독 제작 외에도 <화이>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배우들이다.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등 최근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연기파 배우들로 구성된 탄탄한 라인업은 <화이>가 가진 최대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화이>에서 더욱 주목해야할 점은, 김윤석이라는 충무로 최고 연기 ‘괴물’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오히려 김윤석을 잡아먹는(?) 여진구의 존재감이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한 이래, 어엿 연기 8년 차에 접어든 여진구이지만, 이제 그의 나이 겨우 한국 나이로 17살이다. 이미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의 남다른 연기력이 증명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는 어린 청소년이고, 게다가 <화이>에서 여진구가 맡은 ‘화이’는 여진구와 나이만 비슷할 뿐 성장 환경도 캐릭터도 보통 청소년들과는 좀 많이 다른 어려운 역할이다. 


어린 시절, ‘낮도깨비’라고 불리는 흉악한 범죄 집단에 유괴되어 14년 동안 다섯 명의 범죄자를 아빠로 두어야했던 화이(여진구 분)은 학교 대신 아빠들에게 각각 범죄 기술을 익히며 철저히 괴물로 길러져왔다. 화이를 집에서 내보내자는 진성(장현성 분)의 설득에도 불구, 자신과 많이 다른 화이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범죄조직의 리더 석태(김윤석 분)은 화이를 범죄 현장으로 이끌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맞닥뜨린 화이는 정말로 모두를 삼키는 괴물로 변하게 된다. 





온갖 잔인하고 끔찍한 설정으로 중무장해 있지만, <화이>는 결국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이다. ‘유괴’라는 극악무도한 범죄로 데려오긴 했지만, 다섯 아빠들은 화이를 애지중지 키웠고, 방식이 좀 많이 다를 뿐이었지 화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 어느 부모 못지않았다. 그러나 석태는 자신과 다른 아이인 화이에게 다섯 아빠들과 똑같은 ‘괴물’이 될 것을 강요했고, 결국 석태의 무리수는 큰 화를 불러일으키고야 만다. 


괴물이 된 화이에게 다섯 아빠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널 키웠는데.” 자식은 결코 부모를 버릴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자식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길러준 근원적인 정체성이다.  고로 부모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부모를 쏙 빼닮았다고, 부모의 품 안에 나온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자식은 엄연히 부모와는 다른 인격체와 정체성을 가진 다른 존재다. 그러나 몇몇 부모들은 자식을 자신과 동일한 인격체, 혹은 자신의 부수적인 존재라고 착각한 나머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가치를 자식에게 억지로 순응하고 따를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좀 많이 과장되어 표현된 점도 없지 않지만, <화이>는 개개인 각각의 검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괴물들이 만들어지고 대물림되거나, 그들을 이기기 위해, 더 많은 ‘괴물’들이 잉태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그려내었다. 흥미로운 점은 <화이>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구심적이 되는 ‘가족’에서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포착하였고, 일련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더 강력한 ‘괴물’로 성장한 아이를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어두운 현실을 반추케 한다. 


결국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괴물이 되긴 했지만, 화이는 자신을 위협하고 억압했던 괴물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이’ 그 자체가 되었던 여진구 또한 연기 지존 김윤석과의 연기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가 되었다. 





자칫 과잉된 감정 표현에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는 장면도 오버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어 관객들이 ‘화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입하게 만드는 능력은 기본, 수많은 이들을 매료시키는 매력까지. 지금도 완벽히 ‘괴물’을 삼킨 아이가 되었지만,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이. 단언컨대, 올해 신인 남우상은 당연히 여진구에게 돌아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 줄 평: 괴물을 뛰어넘은 아이의 험난한 성장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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