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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정한 부모, 어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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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969년에나 일어날 법한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설정을 통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혹은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크다’고 설파하고자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이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유전학적 요인이 중요한지, 환경학적 요인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려 들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관심을 두고자하는 바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진정한 부모와 어른이 서서히 되어가는 과정이다. 


대기업에서도 촉망받는 비즈니스맨 노노미아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은 유명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분)이 있다. 


케이타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 료타는 그런 아들이 어딘가 모르게 못미덥다. 자신과 달리 집요하지 않은 아들이 이렇게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 살아나갈까. 그래서 료타는 아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피아노 연습과 영어공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하길 주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노미아 부부는 케이타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된다. 이윽고 그동안 자신의 친아들 류세이를 키운 케이타의 친부모 사이키 부부와 조우하게 된 료타는 자신과 달리 치열한 삶을 살지 않는 그들 부부가 웬지 못마땅스럽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고,  아들에게도 자신이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걷게하는 ‘독불장군’ 료타. 하지만 그 또한 어릴 때 잠깐 배운 피아노가 갑자기 치기 싫어 그만둔 적이 허다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지내게 된 엄마가 보고 싶어 가출한 과거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된 료타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이유로 어릴 적 자신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시작한다. 


비교적 자신의 생각대로 잘 따라주던 아이였지만,  기대했던 바의 100%는 채워주지 못했던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료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역시…그랬었군.”이다. 


그 이후 료타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료타가 케이타와 류세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작 케이타와 류세이는 없었다. 도쿄 중심가의 고급 멘션에서 사는 자신과 달리,  시골 변두리에서 허름한 전기상회를 운영하는 사이키 (릴리 프랭키 분) 밑에서 자라게 될 아이들이 심히 걱정되던 료타는 아예 케이타와 류세이 모두를 맡아 키울 생각도 서슴없이 내비추기도 한다.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 표면으로 드러나는 성공만이 최선의 삶이라고 굳게 믿어온 료타는 날이 갈수록 불투명한 사회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살기 위해  어떻게든 아등바등 악착같이 살아가고자하는 대한민국 다수의 우리들과 참 많이 닮았고,  그래서 짠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 세대에 의해서 일등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고 혹독하게 세뇌받은 아이들은 훗날 어른 나이가 되어 부모가 된 이후,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일등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들을 힘들게 한 혹독한 경쟁체제에 아이들을 서서히 내몬다. 


어릴 때 일등만 하던 어른도, 그렇지 못한 다수도 자식의 의사를 물어보기보다 오직 그들만의 판단에 의해  한 길만 바라보고 가르치려는 세상. 그래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존중되지 않는 세상. 현 2013년 대한민국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오직 자신의 기준에서만 세상을 판단하고자 했으나, 자신과 달리 아이들에게 어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사이키 가족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눈높이는 아이에게 맞추는 료타의 변화를 통해, 제대로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에 넌지시 묻는다. 





조금 더 세상을 많이 살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믿는 신념을 무조건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것. 이 또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식과 대화가 통하는 진정한 부모, 어른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첫 걸음이 아닐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제목만큼, <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영어제목이 가슴에 와닿는 영화다. 12월 19일 개봉. 



한 줄 평: 자신을 버리고 자식의 눈높이에 서서히 맞춰주기 시작한 아버지. 그렇게 진정한 아버지가 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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