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는 세상. 여기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영화 <마이 플레이스>는 연출을 맡은 박문칠 감독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것 빼고는 어느 집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것 같았던 박문칠 감독의 집에 어느 날 대형 사고가 터지고야 말았다. 캐나다로 유학간 동생 문숙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겠다고 선언한 것. 그 이후 박문칠 감독은 카메라로 가족들을 찍기로 했다. 왜 동생이 기어이 비혼모의 삶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느 한 군데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자기 가족들의 근원적인 뿌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의 손을 잡고 억지로 한국 땅을 밟은 이후부터 동생 문숙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캐나다에서 태어난 문숙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다.
문숙의 말에 따르면 획일화된 한국은 보통의 다수의 삶과 다른 모습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인 나라였다. 그래도 공부도 곧잘 잘 하고, 온순한 성격의 박문칠 감독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잘 적응하나 싶었지만, 평소 자기 주장이 강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의 문숙에게는 한국 사회의 비합리적인 부분을 참고 견디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문숙은 부모 속 꽤나 썩이는 문제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동생의 순탄치 않았던 한국 생활을 덤덤하게 보여주던 박문칠 감독의 카메라는 어느새,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했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난 삶을 조명한다.
박 감독의 가족이 다시 역이민한 계기는 순전히 어머니의 판단 때문이었다. 박 감독의 어머니는 민주화 운동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친정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반면 아버지는 끝까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탐탐치 않았다고 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있는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살길이 보이지 않아 캐나다로 떠났다는 아버지는 한국에서 정착하고 산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한국에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아버지는 몽골로 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내내 캐나다만 그리워하다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간 동생.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하고 몽골로 떠난 아버지. 명문대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여성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혈혈단신 캐나다로 향했던 어머니.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남들처럼 잘 사는 줄 알았지만, 결국 불안정한 영화 감독의 삶을 택한 박문칠 감독. 완전한 한국인도 아닌, 그렇다고 캐나다인도 아닌 완벽한 이방인이 되었던 이들 가족의 이면에는 평균과 다른 삶에 인색한 한국 사회 특유의 폐쇄성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삶에 인색한 한국 사회. 그래도 유일한 내 편은 가족뿐
한국에서 아들 소울을 낳고, 소울이 첫 돌이 지나자마자 캐나다로 돌아간 동생은 한국에서 어떻게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나고 반문한다. 캐나다 역시 동양인 여성이 싱글맘으로 살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하나, 그래도 개개인 각각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 동생이 다시 캐나다 행을 택할 수밖에 없게 한 한국 사회의 모순이 묘하게 겹치는 순간이다.
남들과 다른 삶에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사회분위기에서 이방인으로 떠돌아다니던 이 가족을 지탱해주는 것은 같은 아픔을 겪은 ‘가족’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그리워서 ‘소울’을 낳은 동생. 그리고 소울의 탄생 이후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진정한 하나가 된 가족. 이곳 저곳 뿔뿔히 흩어져 살지만, 그럼에도 가족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정겹고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1월 30일 개봉.
한 줄 평: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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