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배우 상석은 친구 정우의 여자친구인 미소(김은주 분)을 남몰래 짝사랑한다. 미소에 대한 정우의 집착이 심해질 수록 상석은 미소가 걱정된다. 미소에 대한 마음을 숨길 수 있었던 상석은, 미소가 정우를 버리고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미소에게 여주인공역을 제안한다.
영화 <별일 아니다>의 연출, 각본, 주연을 도맡은 김상석은 공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동국대 연극학과에 들어간 특별한 이력을 가진 감독 겸 배우다. 오랫동안 배우로 선택받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 남자의 이야기를 허심탐탐하게 담아낸 <별일 아니다>는 김상석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별일 아니다> 이후에도 김상석 감독은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백재호와 함께 몇 편의 단편, 장편 영화 제작 및 구상 중이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했고, 그녀와의 뜨거운 멜로를 꿈꾸는 한 남자의 불손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별일 아니다>는 청춘의 도전에 대한 영화다.
착한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채 성장한 상석과 미소. 늘 언제나 착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그들 각각의 모든 행동들에 제약을 가져오고 때로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늘 누가 시키는 대로의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미소는 어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한 청년이 되기 위해 세상이 인정하는 안정된 길이 아니면, 꿈을 향한 도전조차 머뭇거리는 대다수 청춘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미소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누군가가 정한 규율에 따라서 착하게만 살아온 상석은 순간 자신을 옭매이는 금기와 편견을 깨고 싶었다. 영화를 한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도 장편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 안 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현실과 부딪쳐보는 것.
배우가 하고 싶어 공군사관학교까지 그만두고, 영화가 찍고 싶어 무작정 영화를 만들었다는 김상석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한다. 무섭다고 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마음에 충실할 때 비로소 인생은 자신의 색을 갖게 되고,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인간을 성장시킨다고. 그래서 친구의 연인인 미소를 좋아하는 상석의 비뚤어진 사랑은 마냥 불편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금기를 뛰어넘으면서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믿을 수 있기에.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에 이어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소화한 김상석 감독의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놀라운 데뷔작 <별일 아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청춘이 아름답다. 2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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