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무질서로 혼란에 빠진 미국 디트로이트. 경찰조차도 타락한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범죄조직 검거에 나서던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 분)은 그 투철한 사명감 때문에 범죄조직의 타켓이 되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한편 미국 내 로봇경찰 투입을 반대하는 국회의 법안에 전전긍긍하던 '옴니코프'사는 반대 여론을 돌리기 위해 로봇 수트 안에 사람을 넣기로 결정한다. 옴니코프에 의해 첫번째 로봇인간으로 선택된 알렉스는 데넷 노튼(게리 올드만 분)의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로보캅'이라는 신개념 히어로로 재탄생한다.
1987년 당시 첫 등장한 <로보캅>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공권력을 장악하고픈 대기업의 이해타산에 의해 제작된 로보캅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발전의 양면성과 민영화 폐해를 꼬집는 최고의 비밀병기였다. 2014년 다시 세상에 나온 <로보캅>은 원조 <로보캅>의 뜻을 잘 계승하여, 더욱 강력한 슈퍼 히어로로 다시 돌아왔다.
로봇의 수트를 입은 알렉스는 전세계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두고 싶은 '옴니코프'의 대표 레이몬드 셀러스(마이클 키튼 분)의 야심작이었다. 레이몬드는 중동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옴니코프'가 제작한 로봇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싶었고, 그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로봇경찰 미 경찰 전면 투입으로 벌어들일 막대한 '돈'이다.
아무런 감정, 생각없이 움직인다는 로봇의 단점을 웬만큼 보완한 인간 로봇의 등장은 옴니코프의 의도대로 미국 경찰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로봇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노튼 박사에 의해 개발된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알렉스는 범인 검거에 있어서 단 한번의 실패도 없었고, 그 누구도 알렉스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의 목적만 채워줄 로봇만 원했을 뿐, 자신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은 원치않았던 옴니코프는 완전한 로봇이 되지 못한 알렉스를 제거하고자 한다.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제작된 로보캅은 그 자본의 논리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 옴니코프에서 알렉스는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로봇일 뿐, 그를 인간으로 생각하는 이는 노튼 박사와 그의 밑에서 일하는 연구원뿐이다.
2007년 <엘리트 스쿼드>로 베를린 영화제 황곰금상을 수상한 조세 파디야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답게, <로보캅>은 민영화 외에도 로봇경찰, 군인을 전세계에 배치하여, 영원히 강대한 나라의 위상을 유지하고픈 미국을 영리하게 가장 잘 꼬집는다. 중립적인 자세를 지켜야하는 TV 시사프로그램 앵커임에도 불구, 대놓고 민간 기업 옴니코프의 로봇을 지지하는 팻 노박(사무엘 L. 잭슨)은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자본에 예속된 방송의 타락을 꼬집는 좋은 예이다.
<로보캅>에는 로보캅 외에도 그동안 미국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빛낸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며,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크리스트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의 든든한 아군이었던 게리 올드만은 <로보캅>의 새로운 조력자로 변신하며, 돌아온 영웅 '로보캅'의 귀환에 큰 힘을 실어준다. 한 때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타락한 범죄 도시 고담의 수호자 배트맨으로 맹활약했으나, <로보캅>에서는 슈퍼 히어로를 위협하는 강적으로 등장하는 마이클 키튼의 악역 연기 또한 흥미롭다. 무려 27년이 시간이 흐른만큼, 한층 진일보한 최첨단 테크놀로지 촬영 기술로 중무장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무엇보다도 <로보캅>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슈퍼 히어로의 정체성 고민이 인상깊게 다가오는 영화다. 통제당하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인간 본연의 자유의지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세상을 구한 영웅의 탄생. 블록버스터로서 재미를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까지 잊지 않은 리메이크의 좋은 예에 속한다. 2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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