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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관능의 법칙. 중년 여성들을 위한 따뜻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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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0대를 훌쩍 넘겨버린 신혜(엄정화 분), 미연(문소리 분), 해영(조민수 분)은 여전히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다. 남편 재호(이성민 분)에게 일주일에 세 번 관계를 맺을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미연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피트니스는 물론 은밀한 수술까지 감행할 정도로 사랑에 적극적이다. 





5년 이상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다시 싱글이 된 신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카뻘인 외주제작사 막내PD 현승(이재윤 분)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부인과 사별한 성재(이경영 분)와 만남을 이어나가고 있는 싱글맘 해영은 성재와 결혼을 꿈꾸지만, 정작 성재는 해영의 간절한 물음에 묵묵부답이다. 





<싱글즈>의 권철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관능의 법칙>은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다. 제작 전부터 시나리오만으로도 영화계 내에서 충분히 기대를 모았던 작품인만큼 영화적 완성도도 높인 편이고,  대사들이 하나같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관능의 법칙> 속 40대 여성들은 기존의 40대 여성에 대한 일종의 편견들을 과감히 부순다. 방송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PD인 신혜는 28살 꽃미남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을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하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미연은 미모는 기본, 부잣집 사모님다운 우아미까지 갖추었다. 혼자 씩씩하게 딸 수정(전혜진 분)을 키워낸 해영은 10대 소녀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20대 여성들이 시샘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에 안정된 경제력까지 갖춘 <관능의 법칙>의 주인공들의 삶은, 현실의 대다수 40대 여성들의 삶과 괴리되어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40대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녀들의 성과 사랑을 비교적 현실감있게 그려낸 시도였다는 점에서, <관능의 법칙>이 거둔 성과는 뚜렷하다. 


뜨겁고 짜릿하게 포문을 열었지만, 결국 남편의 불륜, 암투병, 나이로 인한 현실의 벽에 부딪친 미연, 해영, 신혜는 그녀들 각각의 사랑에 있어서 큰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관능의 법칙>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비관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위로하며,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어주는 세 여자의 사랑보다 뜨거운 우정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들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농염한 베드신이 적지 않은 야한 영화이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전통적인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관능의 법칙>은 예상 그대로 해피엔딩이다. 주인공 모두가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 행복해진다는 결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때로는 대리만족에서 오는 따뜻한 위로도 나쁘진 않다.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그 와중에도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은 <관능의 법칙>. 중년 여성들을 위한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망가지고 작정하고 섹시해진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의 온 몸을 불태우는 열연만으로도 부담없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2월 13일 개봉. 





한 줄 평: 처음에는 뜨겁게, 시간이 갈 수록 따뜻해지는 40대 여성들의 솔직 담백한 사랑과 우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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