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하세계에 사는 꼬마 생쥐 셀레스틴은 매일 곰과 친구가 되는 그림을 그리지만, 어른 생쥐들은 셀레스틴에게 곰은 생쥐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일 뿐,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화가가 되고 싶지만, 치과 의사가 되라는 주변의 압박에, 지하 세계의 유일한 자원 곰의 이빨을 구하러 지상의 세계로 나온 셀레스틴은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처한다.
한편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굶주림에 시달리던 거리의 음악가 어네스트는 배고픔에 지쳐 쓰레기통을 뒤지던 도중, 그 속에 같혀있던 셀레스틴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후 셀레스틴이 바라던 대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하지만 곰과 생쥐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세상의 편견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을 힘들게 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가브리엘 뱅상의 <셀레스틴느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곰과 생쥐라는 종족을 초월한 우정을 그린다. 곰의 치아에 기생하며 문명을 유지하는 생쥐들에게 곰은 고마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곰과 생쥐의 세계는 엄연히 구분되어 있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은 금기를 어기는 행위다.
그러나 어른 생쥐들의 만류에도 곰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였던 셀레스틴은 용감하게 기존의 질서와 맞서 싸웠고, 그 결과 생쥐도 곰과 둘도 없는 친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었다. 어른 생쥐들의 말과 달리, 어네스트는 생쥐를 해치지 않는 상냥한 곰이었고, 모든 곰이 생쥐를 해친다는 것은 일종의 오해와 편견이었다. 말로만 듣던 곰을 직접 만난 셀레스틴 포함 어린 생쥐들은 어네스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십 년 이상 곰의 무서움에 관해 세뇌받은 어른 생쥐들이 셀레스틴을 더 두려워한다.
곰과 생쥐가 사는 영역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속 세상은 인종, 종교, 빈부의 격차에 따라 구역이 나눠지고, 자신이 속한 영역 외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조차 없이 서로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만 늘어나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생쥐들은 자신들의 체제를 보다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곰에 대한 적대감을 더 강화시킨다. 곰을 향한 생쥐들의 분노와 두려움이 늘어날 수록, 생쥐들은 자신이 사는 세상에 더 순응하게 된다. 체제에 대한 반감을 곰에 대한 맹목적인 적개심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쥐는 왜 곰과 친구가 될 수 없고, 생쥐는 왜 지하세계에서만 살아야하는 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반문한 셀레스틴은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결국 생쥐도 곰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일종의 '혁명'을 보여준다.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답게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곰과 생쥐들이 서로에 대한 모든 갈등과 오해를 거두고 행복해진다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결말에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차별과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 생쥐의 순수한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곰과 생쥐의 종족을 초월한 우정이야기. 서로 다른 세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따뜻한 동화다. 2월 20일 개봉.
'영화전망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또 다시 고난의 길을 택한 매즈 미켈슨 (6) | 2014.02.28 |
---|---|
찌라시:위험한 소문. 한 남자의 순정이 밝혀낸 엄청난 진실 (6) | 2014.02.20 |
관능의 법칙. 중년 여성들을 위한 따뜻한 판타지 (7) | 2014.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