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 중개업을 하며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려온 미하엘 콜하스(매즈 미켈슨 분). 하지만 자신에게 부당한 통행료를 징수하는 남작에게 반기를 드는 순간. 행복했던 그의 인생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다. 남편을 대신하여 남작에 대한 고소장을 들고 공주에게 찾아간 아내 주디스(델핀 쉬요 분)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미하엘. 결국 그는 대규모 농민 봉기를 일으키며 남작에 대한 복수를 강행하기 시작한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007 카지노 로얄>의 매력적인 악역,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익숙한 매즈 미켈슨이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으로 다시 영화팬들의 곁을 찾았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종교 개혁 물결이 한창이던 16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남작의 횡포에 참을 수 없었던 미하엘은 당당하게 남작에게 맞선다. 하지만 미하엘에게 돌아온 것은 여윈 말, 폭행 당한 하인, 아내의 죽음이다. 남작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미하엘. 그럼에도 그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와 기꺼이 맞서 싸운다.
부당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올곧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나선 미하엘의 비장함은 매즈 미켈슨에게 제65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영예를 안긴 <더 헌트>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더 헌트>에서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 루카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간다. <더 헌트>의 루카스의 곁을 그의 아들 마르쿠스가 지켰다면,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미하엘에겐 딸 리스베뜨(멜루지네 메이앙스 분)이 있다.
죽은 엄마 때문에 혹은 말 때문에 봉기를 일으켰나는 딸 리스베뜨의 질문에 미하엘은 “아니”라고 답한다. 미하엘이 남작과 맞서게 된 것은, 억울하게 뺏긴 말을 되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불의를 보고도 피할 수 없었던 미하엘은 자신의 권리, 그리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여정을 택한다.
자신이 규정한 원칙을 중시했던 미하엘은, 농민군 내 규칙을 어기고 마을을 약탈한 자신의 부하를 공개 처형시키는 잔인한 면모도 보여준다.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농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세력을 키우게 되었지만, 맹목적 정의에만 충실한 나머지 오히려 정의의 본질적 의미를 잃어버린 미하엘의 모순된 행동은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드니 라방 분)의 반발로 이어진다.
신을 향한 공경과 복종을 강요하는 마틴 루터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미하엘의 팽팽한 만남. 결국 당대 최고의 질서이자 신념인 종교에 무릎 꿇은 미하엘은 자신이 돌려받고자한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 대신,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놓아야했다.
그가 구현하고자 한 정의가 완전히 옳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미하엘의 이야기는 훗날 왕실과 교회의 부당한 행동에 맞선 수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래서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미하엘의 모습은 매즈 미켈슨의 또 다른 대표작 <로얄 어페어>에서 혁명가 요한(매즈 미켈슨 분)의 처형 이후 더욱 앞당겨진 덴마크 혁명과 고스란히 오버랩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 미정인 <더 네서세리 데스 오브 찰리 컨트리먼>(2013년 제작)을 제외하곤 <로얄 어페어> 이후 매즈 미켈슨이 맡은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쉽지 않았다. 매즈 미켈슨을 통해 스크린 화면에 비추어진 캐릭터들은 모두 부당한 상황과 맞닥뜨려 있었고, 그럼에도 그들은 굴복, 회피 대신 용감하게 투쟁을 벌인다. 그래서 그들 각각은 많은 것을 잃었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놓아야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결과는 그 어느 승리보다 값어치있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더 헌트>에서 불알 친구들에게 돌을 맞는 비극 속에서도 꿋꿋이 루카스의 무고함을 입증시켜야했던 매즈 미켈슨은 차기작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에서도 불의와 맞서 싸우는 고난의 길을 택한다. <로얄 어페어>, <더 헌트>에 이어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까지. '매즈 미켈슨’의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본다는 덴마크 배우의 선택은 언제나 그랬듯이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2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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