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율만 높고 출생률은 제로에 가까운 크로아티아의 한 작은 섬. 죽어가는 섬에 불만이 많았던 신부 돈 파비앙(크레시미르 미키츠 분)은 매점 주인 페타(닉사 부티에르 분)으로부터 자신이 파는 콘돔때문에 마을의 출산이 줄어든다는 고해성사를 받는다.
그 뒤 파비앙은 페타가 파는 콘돔에 구멍을 뚫기 시작하고, 파비앙의 기발한 출산장려 아이디어 덕분에 마을의 출생률은 급속도록 치닫는다. 하지만 출산율 높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진짜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파비앙 신부는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출산률 높이기에 둘러싼 웃지 못한 해프닝을 담은 <신부의 아이들>은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저조한 출산율과 더불어 결혼 대신 독신을 택하는 극중 크로아티아 국민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많이도 닮아있다.
우리나라가 그렇듯이, 크로아티아의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막대한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보다, 무작정 출생률만 높이는 데만 급급한 파비앙의 무리한 출산장려 프로젝트는 수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파비앙이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신부의 아이들>의 초반은 야릇하면서도 유쾌하다. 하지만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의 부작용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되는 순간, 영화는 예기치 않은 비극으로 귀결된다.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발랄한 섹시코미디의 옷을 입었지만, 출산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크로아티아의 현 상황과 부패한 가톨릭 교회에 대한 풍자도 잊지 않는다.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오직 출산율 높이기에만 급급한 맹목적인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4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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