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에서 'M'으로 친숙한 주디 덴치, 제작, 각본을 겸한 스티브 쿠건이 주연을 맡은 <필로미나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불미스러운 일로 BBC에서 해고된 전직 기자 마틴 식스미스(스티브 쿠건 분)은 우연히 수십 년 전에 강제로 입양보낸 아들을 찾는 필로미나(주디 덴치 분)의 사연을 알고, 그녀와 함께 아들 찾는 여정에 동행한다.
필로미나의 사연을 기사화하는 조건으로 한 언론사의 지원으로 아들 앤소니가 입양된 미국 워싱턴까지 찾아간 필로미나. 그곳에서 그토록 바라던 아들의 소식을 듣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을 만날 수 없다.
억울하게 아들을 빼앗긴 할머니가 수십 년 만에 아들을 찾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필로미나의 기적>은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필로미나가 아들과 해후하는 목표보다도, 필로미나의 용기 덕에 그녀와 똑같이 아이들을 잃은 수많은 미혼모들과 입양아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음을 설파한다.
아들을 강제로 입양보낸 아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필로미나는 매사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누구를 용서하기가 유달리 쉬워서가 아니라 누굴 미워하면서 살기 싫어서 힘들게 일군 노력의 일환이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기를 꺼려하면서도, 또다른 입양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을 막기 위해 중대한 판단을 내리는 필로미나의 결심은 결연하면서도 숙연하게 한다.
부끄럽지만, 아들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여 행동으로 옮긴 필로미나의 기적은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을 뒤흔들음은 물론, 2013년에는 아일랜드 정부의 강제 노역과 입양에 대한 공식사과까지 받아냈다. 그리고 2013년 영국 BBC 방송사를 통해 영화가 제작되었다. 배우 소지섭이 <필로미나의 기적>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여 눈길을 끈다. 여전히 입양 수출국으로 적지않은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에 남다르게 다가오는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4월 16일 개봉.
*극 중 마틴은 수녀원에서 자기 아들을 강제로 빼앗겼음에도 불구, 수녀들의 사정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필로미나에게, 터키 지진을 언급하며, "과연 신이 있다면, 왜 무고한 이들이 죽어야하는 것인가," 하면서 분노한다. 나 또한 신에게 묻고 싶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세월호에 남아있는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
*필로미나의 아들이 생모인 그녀를 찾기 위해 수녀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마틴은 격노한다. 조금만 더 빠른 사과와 함께 진실을 밝혔으면, 남아있는 여생 필로미나와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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