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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밀회 11회. 불륜을 통해서 비로소 진짜 얼굴과 마주한 오혜원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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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방영한 JTBC <밀회> 11회에서 오혜원(김희애 분)이 그녀보다 20살 어린 이선재(유아인 분)을 남자로 몰래 만났을 때 만해도,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혜원의 남편 강준형(박혁권 분)은 물론이거니와 한성숙(심혜진 분), 서영우(김혜은 분), 심지어 왕비서까지 서한예술재단 사람들 모두 혜원과 선재의 사이를 어림짐작 눈치채고 있었다. 행여나 사람들이 선재와의 관계를 더 알아챌 까봐, 인적 드문 으슥한 곳에서만 선재를 만나는 등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운 혜원. 그럼에도 혜원은 그녀의 불륜으로 자신의 목을 조아오는 사람들보다 선재를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미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SBS <내 남자의 여자>, <밀회> 안판석PD가 연출한 JTBC <아내의 자격>으로 극 중 불륜 설정을 몇 번 경험한 바 있는 배우 김희애에게 불륜녀 캐릭터는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전 드라마들과 달리, 아들 뻘 미소년과 사랑에 빠진 설정은 차치하더라도, <밀회>의 오혜원은 기존 김희애가 연기한 불륜녀 캐릭터들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처럼 동생 남편을 유혹한 이화영(김희애 분)에게 격분한 나머지, 육탄으로 공격하는 김은수(하유미 분)도 없고, <아내의 자격>처럼 눈치봐야하는 시댁 식구들도 없지만, <밀회>의 오혜원은 <내 남자의 여자> 은수와 <아내의 자격> 시댁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과 싸워야한다. 


필요에 의해 혜원을 기획실장으로 고용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든지 혜원을 버릴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혜원은 서한예술재단 사람들 시녀 노릇하면서 힘들게 쌓아온 자리를 놓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야했다. 행여나 서한예술재단 사람들에게 책 잡히는 일이 생길까봐 언제나 도덕과 상식 준수를 강조하며,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혜원. 그러던 중 도저히 이성적인 사고로 통제되지 않는 선재를 만난 혜원은 겁없이 사랑의 불구덩이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혜원은 지금 자신의 불륜을 빌미로 언제든지 자신을 잡아먹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과 맞서야한다. 





이길 수 있다고 도저히 확신이 들지 않는 싸움에 임한 혜원은 두렵다. 그간 힘들게 일구었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릴까봐. 하지만 혜원은 자기 때문에 장래가 촉망된 선재의 날개를 잃을까봐 더 두렵다. 무엇보다도 선재를 만나지 못한다는것이 더 괴롭다.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통제하고, 성공 법칙대로만 행동해왔던 혜원에게 선재는 처음으로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끌려 시작한 사랑이기도 하다. 온갖 처세술에 능한 혜원과 달리, 이제 막 세상에 발 딛기 시작한 선재는 그 또래 청년들과 비교해서도 이것저것 재보기 보다 자신의 감정이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처음엔 선재의 구애를 완강히 거부했으나, 이제는 선재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혜원은 처음으로 그녀의 삶에 물음표를 던진다. 





무료했던 쇼윈도 부부생활, 말이 좋아 예술재단 기획실장이지 온갖 구정물 나는 더러운 일 뒤처리로 하루하루를 보내도, 성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겨우겨우 참아냈던 지난 날. 하지만 선재를 만나고, 선재와의 만남을 빌미로 그녀의 모든 것을 꼬투리잡는 승냥이들의 진짜 얼굴을 보게된 혜원은 천천히 자신을 둘러싼 가식과 위선의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자신의 진심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한다고 한들, 미화될 수 없는 불륜이지만 그것을 통해서야 진정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되찾은 혜원이 어딘가 모르게 서글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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