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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34회. 지키려는 정몽주 vs 부수려는 정도전의 피할 수 없는 대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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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조재현 분)이 외롭고 험난한 정치 인생을 걸었을 때 정몽주(임호 분)은 개혁적인 성향이 강했던 정도전의 뜻을 지지해주는 좋은 정치적 동지였다. 정도전이 조준, 남은 등과 손을 잡고 사전 혁파를 내세우며 스승인 이색(박지일 분)과 대립각을 세울 때도 나름의 중도의 입장을 내세우며, 어떻게든 정도전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가장 절친한 벗이었던 정도전과 정몽주는 지난 4일 방영한 <정도전> 34회를 끝으로 완전히 결별한다. 정몽주가 정도전의 역성혁명 의지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내가 모시는 군주의 성씨는 오직 왕씨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왕씨 고려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정몽주에게 임금의 성을 바꾼다는 것은 곧 반역이다. 


그동안 이인임(박영규 분) 같은 노련한 권문세족과 맞서 싸워야했던 정도전에게 새로운 정적 정몽주와의 대결은 더 힘든 싸움이 될 법도 하다. 정몽주는 정도전과 마찬가지로 신진사대부 출신에 대쪽같이 올곧고도 온화한 성품으로 왕실은 물론, 조정의 신임을 받았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으로 그려지는 이색은 물론, 혁명적 기질이 농후한 이성계(유동근 분), 정도전과도 골고루 교류하는 정몽주의 친화력은 가히 외교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 했다. 





새로운 왕조 교체를 꿈꾸는 이성계와 정도전은 그동안 유능한 정치인 정몽주에게 수많은 러브콜을 보냈다. 자신들이 다시 일으켜세우는 나라의 문하시중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정몽주는 단호히 거절한다. 마지막까지 고려를 지키는 사람으로 남겠다면서. 그리고 정몽주는 '폐가입진'을 내세우며 우왕(박진우 분), 창왕을 폐하고, 이성계가 아닌 정창군 왕요(남성진 분)를 왕으로 옹립한다. 그가 바로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이다. 


우리에게는 이방원(훗날 조선 태종)의 철퇴에 맞은, '단심가'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포은 정몽주. 하지만 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몽주는 고려 왕조에 대한 지조는 강하지만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직 왕씨 고려 지키는 데만 급급한 인물로 그려진다. 정몽주 뿐만 아니라, 이색 등 고려를 지키고자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보수적이고, 백성의 안녕보다 임금의 강녕이 더 중요한 것처럼 다뤄진다.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고려를 버리고 조선을 세운 정도전의 시각으로 당시 고려 말 상황을 바라보는 드라마이기에, 이색이 진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한 인물이었는지, 정몽주가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기보다 왕씨 고려 지키는 데만 관심있는 외골수였는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일대기를 남긴 당시 기록을 통해서 어림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또한 당시 정치적 입장에 맞춰 서술된 기록이기에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똑같은 기록을 보더라도, 당시 시대 상황과 보는 이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지는 게 역사다. 지금까지 고려 말, 조선 초를 다룬 역사책, 드라마에서는 정도전의 변화보다 정몽주의 지조가 더 강조되고 옳은 것으로 해석되어왔다. 하지만 <정도전>에서는 어떻게든 무너지는 고려를 붙잡으려는 정몽주가 아닌, 과감히 부수고 새 판을 짜고자 하는 정도전의 입장을 지지한다. 





지난 28회에서, "이것이 정녕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인가?"하는 정몽주의 탄식에 정도전은 이렇게 말한다. 


"고려가 언제 사람 사는 세상이었던가?"


어느 관료 대신들보다 고려를 사랑했고, 그래서 그 고려를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지만, 결국 완전히 적이 되어버린 정도전과 정몽주. 





아무리 못난 나라라고 한들,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가슴이 아리기에 더욱 지키고 싶다는 정몽주. 군주의 권위를 갖지 못한 자가 왕 위에 있는 것은 모두에게 비극이라면서, 이성계가 백성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하는 정도전. 과연 정도전을 위대한 정치가로 재조명하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누구의 입장이 더 필요한 걸까. <정도전>은 단순히 1389년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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