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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밀회 13회. 깃털 오혜원의 몰락 위기. 일그러진 상류층의 민낯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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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영한 JTBC <밀회>에서 서회장(김용건 분)은 자신의 비리를 모두 오혜원(김희애 분)에게 뒤집어 씌우고자 한다. 서회장의 말에 순수히 응할 혜원이 아니다. 서회장 일가를 상대로 반격을 준비하는 혜원. 그러나 혜원은 여전히 어렵게 편입한 상류사회의 일원을 포기할 수 없다. 





혜원은 자신의 내연남이면서 동시에 음악적 동지인 이선재(유아인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상류사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 하나만으로 지금껏 달려온 혜원은, 서회장 일가의 계략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을 위기임에도 불구 여전히 자신이 그간 힘들게 일구었던 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청춘을 바쳐가며, 서 회장 일가의 시녀노릇까지 자청한 혜원에게 간신히 비집고 들어간 상류사회 구성원은 그녀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혜원은 그저 서 회장의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꼬리에 불과했다. 그룹과 재단의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몸통 대신 화를 입는 깃털. 그것이 바로 혜원이 힘들게 마련한 그녀의 현재 자리였다. 





혜원은 자신의 욕망에 누구보다 충실한 사람이었다. 건초염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이 좌절되자 혜원은 과감히 대학 동기이자 서한 그룹 딸인 서영우(김혜은 분)의 유학길에 동행, 영우의 수족이 된다. 그리고 서한 예술재단에 입성, 치밀하고도 신중한 일처리를 인정받으며 예술재단 부대표로까지 성공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기획실장, 부대표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혜원은 오랫동안 품어온 더 큰 욕망을 발현하고자 한다. 혜원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공유하기 싫은 서회장 일가의 계략에 무너질 상황임에도 말이다. 


서회장에게 금일봉을 받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다 뒤집어 씌울 검은 속내를 단박에 알아챈 혜원은 즉각 선재를 불려 더 이상 서회장 일가에게 그들의 관계가 들통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위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쇼윈도 남편인 강준형(박혁권 분)과의 화목한 부부 코스프레도 자청한다. 반면, 혜원의 부탁을 일단 따르긴 하지만, 선재는 그는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이룬 것, 앞으로 가질 것까지 모두 잃고 싶지 않다는 혜원을 이해할 수 없다. 





한 때 혜원에게도 선재처럼 오직 피아노만 생각한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혜원은 아무런 사회적 배경없이 피아노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선재의 재능과 매력에 이성조차 잃은 채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물불 안가리고 혜원에게 돌진하는 선재와 달리, 혜원은 속세의 때가 묻을 대로 묻었다. 상류층 출신이 아닌 혜원이 상류층에 들어가고 싶으면, 작은 여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상위 1%의 부정부패를 도와주며,  간신히 상류층 모임에 합류한 혜원은 그 대가 얻은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다. 


40대 상류층 기혼 여성과 20대 남자의 은밀한 만남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밀회>의 혜원과 선재의 관계는 오직 불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신이 그간 일군 것을 잃을 까 두려워 점점 보수화 되어가는 기성세대와 딱히 잃을 것 없고 그래서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신세대의 또다른 만남이기도 하다. 




혜원은 선재의 패기와 열정을 부러워하고 높게 사지만,  선재와 같은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혜원은 자신에게 내려놓음을 주문하는 선재를 엄중히 다그치며, 자신은 절대 그간 일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 


돈과 사회적 지위로 계층이 구분되어지는 세상. 신분 상승을 목표로 재벌의 비리에 동참한 혜원의 모습은 더 많은 돈과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정부패가 만연해진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혜원은 온갖 비리는 다 저지르는 서한 그룹과 예술재단의 뒤치다꺼리에 염증을 느끼고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한다. 





그러나 서회장 일가가 저지른 비리가 수면 위에 드러나는 순간, 아무리 발버둥쳐도 깃털에 불과했던 혜원은 몸통이 꾸민 일을 대신 책임져야한다. 진작에 방향을 고쳐 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 신분상승에 눈이 멀어 결국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혜원은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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