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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피부색깔=꿀색. 한국인도, 벨기에인도 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자전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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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한국에서 태어난 다섯살 소년은 전정식은 1965년 홀트 아동 복지회를 통해 머나먼 나라 벨기에의 한 가정집으로 입양된다. 그곳에서 융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게된 소년은 양부모와 다른 형제, 자매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하지만, 다른 가족, 친구들과 다른 피부색깔, 인종, 그리고 한국에서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혹독한 사춘기를 보내게 된다. 





로랑 부말로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은 융 헤넨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피부색깔=꿀색>은 융 감독이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어린 시절 사진, 영상, 한국 방문 당시 찍은 영상이 한데 어울려진 독특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버려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 정체성 혼란, 한국에 대한 분노 등으로 힘겨워하던 융 감독에게 그림은 유일한 위안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다. 뛰어난 재능을 살려 유명한 만화 작가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뿌리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 없었던 융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으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야하는 애환을 드러낸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수많은 전쟁 고아가 탄생한 한국은 그 뒤 수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지금까지 고아 수출국 1위의 오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한국 입양아인 융 감독의 지난 삶은 마냥 따뜻하고 감동적인 성장 동화로만 들리지 않는다. 


영화 속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융 감독의 이야기에 따르면, 융 감독 뿐만 아니라 벨기에로 건너온 적지 않은 한국 입양아들이 심각한 정체성을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융 감독과 같이 한국 입양아였던 여동생은 25세 젊은 나이에 원인모를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완전한 한국인도, 벨기에인도 아니었던 입양아들의 삶. 과연 우리는 융 감독의 질문대로 한국이 버린 수많은 아이들을 온전한 한국인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한 때 양어머니로부터 ‘썩은 사과’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방황기를 겪은 융 감독의 마음을 다시 바로 잡게한 것도 그와 함께 했던 가족이었다. 융 감독을 동양에서 온 입양아가 아닌,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양부모님은 자신과 머리색깔도, 피부색도 다른 아들의 아픔까지도 온전히 껴안는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한국 입양아들을 거부하고, 한국이 싫어 스스로를 일본인으로 규정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융 감독은 40년이 지난 뒤, 자신을 버린 조국 한국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피부색깔은 꿀색이라면서,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니지만 결코 피부색만큼은 흰색 혹은 황색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규정한다. 





오랜 시간 방황했지만, 가족과 지인의 사랑덕분에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 삶이 가로막혔다고 느끼는, 세상 모든 이방인들에게 위한 가슴 저리면서도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5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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