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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마법처럼 빠져드는 원작의 황홀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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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동화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스페인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에는 원작과 달리 공주, 그리고 키스로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는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계모의 악행에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녀를 난장이들이 구해주기 전까지, 소녀는 이름조차 없었다. 





스페인 세빌리아의 최고 인기 투우사와 미모의 플라멩코 댄서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는 불행히도 세상에 나오자마자 아버지의 사고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했다. 하지만 소녀의 비극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어렸을 때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의 사망으로 아버지의 집으로 건너간 소녀는 사악한 계모의 모진 구박을 받는다. 


계모 슬하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한 소녀의 험난했던 생활은 마치 <백설공주>가 아닌 <신데렐라>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의 소녀에게는 그녀를 어여쁘게 여겨 공주로 변신시켜주는 마법사가 없었다. 대신 소녀에게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끼가 있었다. 부모의 재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소녀는 아버지의 특훈 하에 천재 투우사로 성장해간다. 





공주 아닌 소녀가 마법사나 왕자의 도움없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설정을 제외하곤,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는 원작 <백설공주>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미녀 투우사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소녀를 질투한 계모는 소녀에게 독사과를 건낸다. 그리고 소녀는 아무 의심없이 독이 든 사과를 먹는다. 하지만 소녀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소녀에게는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출해 줄 백마 탄 왕자도 없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미녀 투우사로 유명해진 소녀는 톱스타 못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세빌리아 유명 투우사 에이전트(대리인, 매니저)와 계약을 맺을 때, 글을 몰랐던 소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노예 계약을 체결한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라 헐값에 유명 투우장 마스코트로 넘어간 소녀는 독사과를 먹은 이후에도 편히 쉬지 못한다. 소녀의 비극적인 운명마저 상술적으로 이용하려는 장사꾼만 있을 뿐이다.





공주의 미모를 질투한 계모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왕자의 키스 덕분에 해피엔딩을 맞이한 <백설공주>와 달리,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의 소녀는 마지막 키스 이후에도 활짝 웃지 못한다. 달콤하지만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현실과 가까운 엔딩을 선택하며 진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택한 영화는 그럼에도 100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황홀하고 마법처럼 빠져든다. 


흑백 무성 영화 특유의 빛과 어둠의 대조가 선과 악,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이라는 영화의 대비되는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경쾌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플라멩코 선율은 음악만으로도 가슴을 뛰어오르게 한다. 5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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