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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마담 뺑덕. 치정멜로를 더욱 치명적이게 만드는 정우성과 이솜의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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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의 심봉사와 달리, 영화 <마담 뺑덕>의 심학규(정우성 분)는 마냥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부인(윤세아 분)과의 사이에서 딸 심청(박소영 분)을 두었지만, 여자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정직을 당하고 쫓겨나다시피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 강사로 내려온 학규는 그 곳에서도 어린 처녀 덕이(이솜 분)과 바람이 나고, 운좋게 복직이 되어 서울로 다시 올라가게된 학규는 야멸차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덕이를 버린다. 





임필성 감독, 정우성, 이솜 주연의 치정멜로 <마담 뺑덕>은 세상 둘도 없는 효녀 심청의 애틋한 사부곡으로 가득했던 <심청전>의 새로운 변주곡이다. <심청전>에서는 바보같이 순진한 심봉사를 괴롭히는 악당이었을 뿐인 뺑덕 어멈이 <마담 뺑덕>에서는 자신을 매몰차게 버린 심학규에게 복수를 가하는 매력적인 팜므파탈로 탈바꿈한다. 


<심청전>의 재해석보다 정우성, 이솜의 성인 연기로 더 주목받았던 영화인만큼, 기대 이상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정우성, 이솜의 과감한 열연이 돋보인다.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꽤한 정우성은 극 중에서 욕망에 눈이 먼 타락한 소설가 심학규로 등장한다. 심학규가 쓴 소설은 아름답고 순수하지만 정작 그의 진짜 삶은 더럽고 추악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귀양지에서, 따뜻한 가슴으로 그의 허기를 채워준 덕이도 더 이상 필요가 없자 가차없이 이별을 통보하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미남에 베스트셀러로 잘 나가던 학규의 화려했던 시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방탕한 삶을 산 대가로 서서히 눈이 멀게된 학규는 윤세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딸 청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덕이에 의해 서서히 파멸한다. 





꿈많던 처녀 덕이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한 과거 학규의 악행을 놓고 봤을 때, 덕이에 의한 학규의 몰락은 필연적이다. 엄마의 자살 이후 아빠 학규에게 등을 돌린 딸, 학규의 눈이 멀어가는 약점을 이용해 그를 망가뜨리는 덕이. 모두 학규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학규를 향한 복수에 눈이 완전히 멀어버린 덕이는 결국 그 복수 때문에 그녀 또한 무너지게 된다. 순수함을 가장한 만남이었지만, 유부남과 처녀라는 결코 만나서는 안 되었던 끈질긴 악연은 씁쓸한 사랑만 남긴다. 





심학규를 향한 덕이의 복수에 청이의 이야기까지 가세하면서 다소 치밀하지 못한 극적 설정과 전개가 적잖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마냥 착했던 심청, 심봉사를 앞세워 권선징악을 강조했던 <심청전>과는 또 다르게 스스로의 욕망과 집착에 발목잡힌 현대인의 이중성을 비꼬는 재미가 솔깃하다. 





<감시자들>에 이어 매력적인 악한 남자로 분한 정우성의 농후한 감정과 순수와 타락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솜의 얼굴이 영화를 더욱 치명적이게 만든다.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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