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무한도전. 400회의 진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유재석의 뭉클한 한마디

반응형

“많이 좋아졌죠, 작년이나 올해 초보다. <무한도전>이 조금 무서운 프로그램이잖아요. 자부심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한 것도 있었던 것 같고, 유독 우리에게만 엄격한 거 아닌가.근데 이제는 이해가 가더군요”





지난 25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비긴 어게인>에서 다른 출연진들과 달리, 정형돈과 함께 정말로 외딴 산골 산장에 들어간 유재석은 머뭇거리며 평소 정형돈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다. 그동안 유재석이 걱정했던대로, 정형돈은 꽤 오랜 고민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가장 자랑스러운 프로그램이면서도, 하면 할 수록 한없이 어렵게 다가오는 프로그램. 무려 400회의 시간을 굳건히 이겨낸 <무한도전>은 이렇게 보다 더 편안하고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헌신이 일구어낸 산물이다. 


하지만 9년 가까이 정상을 유지하다보니,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게 다가올 법도 하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고정된 포맷으로 방송을 이어나가는 기존의 예능들과는 달리, 매주 새로운 주제에 도전한다는 컨셉으로 한국 예능의 새역사를 쓴 터라, 자연스레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보는 눈도 많고, 이래저래 프로그램을 둘러싼 말도 많다. 





<무한도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성장한 출연진들은 그들의 말, 행동 하나가 화제가 되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덕분에 연예인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지만, 자신들의 사생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방송에서 보여지는 언행에 따른 보이지 않는 제약과 일종의 자기 검열이 때로는 그들을 짓누를 때도 있을 것이다. 


보다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모두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무한도전>이 오랜 시간 굳건히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초창기 당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동안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다소 무모해보일 법한 도전을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인기 프로그램을 넘어 예능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인식되어 있는 탓에, <무한도전>을 보는 시선이 유독 높아지고, 더욱 엄중한 잣대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유재석은 자신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열띤 관심에서 오는 다소의 불편함을 모두 초월한 듯 하다. 정형돈의 이런저런 고민에 유재석은 “열가지 중에 한가지는 안 좋을 수도 있지. 아홉가지 좋은 거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라는 현답으로 충고한다. 어떻게 열 가지가 다 좋을 수 있나고, 모든게 다 좋은 그런 인생은 없다고 말이다. 


유재석의 말마따라 모든게 다 완벽하고 좋은 그런 인생, 존재는 없다. 이 말은 <무한도전>을 비롯한 지금까지 존재하고, 앞으로 새롭게 생길 방송 등 컨텐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작품은 없다. 대신 수많은 장점들이 단점들을 보완하며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작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9년 가까이 수많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완벽해서가 아니다. 그래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점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장점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실수와 잘못을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비판이 프로그램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긍정적인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성장해왔고, 시청자들에게 오래 편안한 웃음을 안겨주는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었다. 허나 그 이상의 지나친 관심과 논쟁은 오히려 <무한도전>은 물론이거니와 시청자 모두에게 깊이 패인 상처만 남길 뿐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뜻하지 않게 벌어진 상황조차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럴 땐 그냥 웃어야지 어떻게 하나고 말이다. 지난 18일 방송한 <무한도전-비긴 어게인> 1편에서 유재석은 오랜만에 주어진 자유시간조차 그를 따라다니는 많은 인파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와중에도,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만큼 자신이 기어이 감수할 부분이라고 의연한 태도를 취한다. 





자신들을 향한 지나치게  엄격한 눈초리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주었고,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즐거운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가 제일 고민되고, 그래서 지금이 제일 좋다는 유재석. 


도대체 <무한도전>이 언제까지 지속될까가 중요한 것이 아닌, 시청자들의 사랑을 물론 비판까지 감사하게 여기면서 보다 더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한도전> 그 자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던 출연진들 각각의 특별했던 여행. 다소 소박하게 보일 지 몰라도 그래서 <무한도전>의 진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비긴 어게인’ 특집이 400회의 시간을 더욱 따스하게 빛나게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