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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열심히 일해도 점점 힘들어지는 웃픈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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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끝까지 간다>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는 10년간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특별 상여금을 받는다는 제작진들의 말을 듣고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안고, MBC가 갑이고, 출연진은 을로 명시된 계약서 한 장에 사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계약서 뒷면에 게재된 내용을 미처 보지 못한 출연진들은 자신들이 응당 받아야할 출연료에서 상여금이 인출된다는 사실을 곧 알게되고, 절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해서든지 특별 상여금, 아니 자신들이 원래 받아야할 출연료를 받기 위해 출연진들간에 물고 물리는 추격전을 감행한다. 


이토록 최근 수많은 직장인들의 분통을 터트리게한 연말정산 논란을 영리하게 비튼 예능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유리지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득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였던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은 성실히 납세자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였다. 그러나 올 초에 발생한 연말정산 소동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일부를 꼬박 세금으로 납부한 이 시대 대다수의 직장인들을 허탈하게하였다. 





이번 연말정산 소동이 큰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와 똑같은 연봉에 공제받을 수 있는 조건이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 올해 부담해야할 세금이 더 늘어났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달라진 연말정산 정책 때문에, 연봉 7000만원인 직장인은 경우에는 2월 월급분에 해당하는 약 500만원이 세금으로 부과되는 사례도 속출하다는 심상치 않은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2015년 2월 3일, 시사저널 <연말정선 후폭풍 “2월 월급 0원인 사람도”> 참조) 


그리고 <무한도전>은 이 웃지못할 연말정산 논란을 출연진들이 받아야할 출연료를 한 상자에 모아, 만약 누군가가 상자 뚜껑을 열수록, 그 사람은 거액의 상금을 획득하지만, 나머지 출연진들의 계좌에는 계속 돈이 빠져나가는 게임으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황당한 게임 규칙을 알게된 출연진들은 “서로 출연료 뺏는 게 상여금이냐”면서 발끈한다. 하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따돌리고 거액의 상금을 챙기고자 이 말도 안되는 게임에 완전히 몸을 맡겨 버린다. <무한도전> 추격전 사상 최고액에 해당하는 상금이 탐나기도 하지만, 만약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상자를 열게되면, 자신이 받아야할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출연진들은 상자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치킨런 게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작진은 게임을 종료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마지막 상자가 열릴 때 까지 혹은 다섯 명의 출연진들 모두 게임 종료에 동의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미 거액의 상여금에 제대로 눈독 들이는 출연진들이 순순히 게임 종료를 선언할 리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갑, MBC가 제시한 조건에 따르면, 마지막 상자를 여는 순간 상금은 완전히 없어지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이 받아야할 출연료도 지키면서, 특별 상여금도 챙기고픈 출연진들간에 물고 물리는 이 혈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갑으로 설정된 MBC, 제작진이다. 원래 출연진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할 출연료를 한 사람을 위한 상금의 출처로 못박은 제작진은 애초 지급해야할 출연료 외에 별다른 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응당 받아야하는 몫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는 출연진들의 눈을 특별 상여금으로 돌리게하는데 성공을 거둔다. 


열심히 일해도, 점점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 늘어만 가는 요즘. 모두가 응당 받아야할 몫을 경쟁논리로 앞세워 그 과정에서 이긴 이에게만 많은 것을 가지게 하는듯하나, 결국은 갑만 배부르게하는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은 <무한도전-끝까지 간다>. 





과연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모든 상자가 다 열릴 때까지 혹은 다섯명 전원이 게임 종료에 동의하는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다음주 계속 이어나갈 남은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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