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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가족끼리 왜 이래 종영. 마지막까지 따뜻했던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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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항상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러나 그 허전한 빈자리를 채운 것도 역시 가족들의 몫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는대로, 차순봉(유동근 분)이 건강해지는 기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5일 방영한 KBS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이래> 마지막회에서 차순봉은 암 투병 끝에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임종을 며칠 앞두고, 순봉은 가족들에게 생애 7번째 소원으로 가족 노래자랑을 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다. 아버지가 편찮은 와중에 어떻게 노래자랑을 열 수 있느나는 몇몇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 순봉의 바람대로 온 가족이 모인 가족 노래자랑이 진행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낸 가족들은 그렇게 아버지 차순봉을 떠나 보냈다. 





뒤늦게서야 오빠의 병세를 알게된 차순금(양희경 분)은 오빠 차순봉을 두고, 흥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일찍 죽은 아내 몫까지 대신하여, 세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하다보니 그 좋아하는 여흥도 즐길 새도 없이 쉴틈없이 두부만 만들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온 순봉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도 자식 걱정뿐이었다. 자신들을 위해서 헌신한 아버지에게 고마워하긴 커녕,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자식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불효 소송’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긴 했지만, 행여나 자식들이 자신의 병을 알고 걱정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순봉의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자식이 앞선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순봉의 죽음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일찌감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순봉은 남은 가족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웰다잉’을 택한다. 생애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순봉이 가족 노래자랑을 강행한 것도, 자식들의 재롱이 보고 싶노라고 했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무거운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게 하려는 그의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 


순봉의 마음을 헤아린 가족들은 무리인 줄 알면서도, 노래자랑을 진행함으로써, 순봉의 뜻대로 그를 편안히 보내드리고자 한다. 하지만 순봉이 혼신의 힘을 다해 최백호의 ‘길위에서’를 부르자, 가족들은 차마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불치병, 재벌2세는 있었지만, 막장은 없었던 따뜻한 가족 드라마. 


저 혼자 살기 바빠서 정작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자식들을 위해서 ‘불효소송’이란 회초리를 꺼내도 순봉의 마음을 몰라주던 자식들이 다시 아버지의 품에 돌아온 것은, 순봉의 병을 알고서부터이다. 





마냥 철없이 부모 속만 썩이던 자식들이 이제서야 철이 들어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아버지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자식들과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할까봐 애써 병을 숨기고자 하는 순봉의 뒷모습은 그 덧없는 시간의 유한성과 맞물려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 


순봉의 불치병을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불치병만이 <가족끼리 왜 이래>가 말하고픈 전부는 아니었다. 갈 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시대. 그 치유책으로 가족의 사랑을 제시한 드라마는, 순봉의 병으로 인해 다시 똘똘 뭉친 가족들이 힘을 합쳐, 슬픔을 함께하고 기쁨을 나누는 성장을 보여준다. 순봉을 세상을 떠난 이후, 1년만에 다시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순봉과 함께 보냈던 지난 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한층 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은 어느새 끝을 달리고 있었고, 항상 자식들을 든든히 지켜줄 것 같았던 부모님은 언젠가는 우리들 곁을 떠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은 가족들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부모님의 텅 빈자리는 가족들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채워져간다. 


가족 해체시대와 맞물려 막장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는 요즘, 불치병이라는 자극적인 양념과 재벌2세라는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첨가하긴 했지만, 비교적 우직하게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며, 그 소중함을 일깨워준  <가족끼리 왜 이래>의 마지막은 따뜻했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처럼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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