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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가족끼리 왜 이래. 시청자를 진심으로 울린 유동근의 취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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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영한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차순봉(유동근 분)은 의사인 큰 아들 강재(윤박 분) 외에 자신의 병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행여나 자식들이 자신의 병을 알면 힘들어할까봐, 순봉은 엄청난 양의 각혈을 하면서도 애써 태연하게 보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큰 딸 강심(김현주 분), 막내 달봉(박형식 분) 또한 아버지의 병을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병이 자식들에게 알리길 원지 않는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여, 자식들 또한 모르는 척 하는 것일뿐. 하지만 서로를 위한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 지라도, 언젠가는 들통나는 법이다. 


아버지가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된 강심은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겠다는 마음을 접고, 꽤 오랫동안 썸을 타던 문태주(김상경 분)와 결혼을 추진한다. 평소 결혼 이야기만 나와도 질색을 하던 큰 딸이 결혼을 서두르니, 아버지 순봉은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딸이 자신의 병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딸 강심만 변한 것이 아니다. 한동안 아버지와 의절하다시피 살았던 큰 아들 강재는 아내 권효진(손담비 분)와 함께 순봉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고, 둘째 아들 달봉은 잘 다니던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난데없이 순봉이 하던 두부가게를 물러받겠다고 한다. 


아버지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자기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한동안 아버지를 등한시했던 철없는 자식들은, 아버지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어서야, 그동안 아버지에게 잘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순봉은 자식들이 자기 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을 원치 않는다. 어차피 시한부 선고 받은 것,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치료를 거부했던 순봉은 딸 강심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입원을 결심한다. 하지만 강심의 임신 소동은, 급한 결혼 준비에 행여나 순봉이 아버지가 자신의 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눈치챌까봐,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강심이 꾸민 연극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위해 둘러친 가짜 임신은 생각지도 못한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순봉 또한 강심의 거짓말을 알게된다. 


왜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나고 서운함을 토로하는 사촌 동생 노영설(김정난 분)에게 강심은 마지못해 진실을 토로한다.  





"임신한 널 생각해서 일부러 말 안 했다. 충격 받을 까봐. 내가 아버지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냐. 모르면 이유를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됐냐. 우리 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다. 아버지한테 결혼식 보여주고 싶어서, 식장에 아버지 손잡고 들어가고 싶어서 결혼 서두른 거다. 아버지를 위해서, 내가 슬퍼하면 아버지가 더 힘들어질 테니까 그래서 우리 모두 괜찮은 척 모르는 척 연극하고 있다"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강심과 함께 오열하는 영설. 그리고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본 순봉은 자식들 또한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이윽고 예비 사위인 태주와 함께 술잔을 기울인 순봉은 태주에게 정식으로 딸 강심과의 결혼을 허락하며, 내가 강심이를 정말 사랑한다고, 딸에게 잘 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동생 순금(양희경 분), 막내 아들 달봉의 이름을 부르며 그동안 미처 말 하지 못했던 애틋한 속내를 드러낸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순봉의 취중 고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건, 오직 가족을 위해 한평생 살아온 한 아버지의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눈에 밟혀서, 아파도 아픈 소리 한번도 내지 못하는 아버지는 혼기가 꽉 찬 딸이 드디어 결혼을 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순봉의 마음을 꽤나 아프게 했던 막내 아들이 자신의 두부공장을 물려받기 위해 구슬땀 흘리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여전히 자식들을 놓지 못한다. 





자신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자식 걱정이 앞을 가려 편히 쉬지 못하는 눈물의 뜨거운 눈물. 예비 사위를 가족의 일원으로 정식으로 허락한, 기쁜 날에도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가족 걱정에 이 시대 모든 자식들은 그저 목놓아 따라 울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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