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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의 소중함 느끼게 해주는 진정한 홈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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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차순봉(유동근 분)은 오직 자식들밖에 모르던 헌신적인 아버지였다. 장성한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굴어도 오냐오냐 다 받아주던 차순봉은 어느 순간 변한다. 자신에게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제기하더니, 그 이후부터는 자식들이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지적하고 혼내는 엄한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딸과 아들들밖에 모르던 자식바라기가 하루 아침에 돌변한 것은, 더 이상 얼마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부터다. 





KBS 주말 연속극의 전통적인 특징인지, 지난 11일 방영한 <가족끼리 왜 이래>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단골 클레셰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차순봉의 불치병 외에도, 재벌2세 문태주(김상경 분)과 결혼을 앞둔 큰 딸 차강심(김현주 분)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판타지를 대변하고 있고, 의사로 성공했지만,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와 등을 지고자 하는 둘째 차강재(윤박 분)는 출세 욕망에 병원장 딸과 정략 결혼을 하였다. 잘난 누나, 형과 달리 변변한 능력을 갖지 못한 막내 차달봉(박형식 분)은 남매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를 잘 따르는 착한 아들이다. 


예상대로,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아버지 차순봉의 불치병은 그동안 제 살 길에 바빠, 부모님에게 소홀히 대한 자식들이 정신차리고 효자가 된다는 효과적인 극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자식들은 그동안 아버지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 가슴아프게 했던 것, 아버지가 편찮으신데도 진작에 알지 못했던 자신들의 불효를 그제서야 뉘우친다. 





아버지의 병세를 알게된 자식들은 하나둘씩 아버지 곁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집안의 희망이라고 부르는 집이 부담스러워, 결혼도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했던 강재는 아내 권효진(손담비 분)과 함께 아버지 집에서 살기로 결정했고, 골드미스로 살아가고 싶었던 강심은 아버지 뜻대로 결혼하기로 마음 먹는다. 취업이 되지 않아, 순봉의 애간장을 태우던 달봉은 순봉이 하던 두부가게를 물러 받으며, 자신도 누나, 형처럼 자기 앞가림 잘 하고 살 수 있음을 아버지에게 확실히 보여주고자 한다. 


마냥 철없는 어린 아이인줄 알았던 자식들이 이제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어른이 되었는데, 정작 자식들의 효도를 받아야하는 아버지는 자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식상하다못해, 지겹기까지 한 불치병이 드라마 전면에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 <가족끼리 왜 이래>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다.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야, 자식들이 철이 든다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마냥 슬픈 드라마가 아니다. 편찮으신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되고자 진심으로 노력하는 자식들의 고군분투가 있고, 강심은 물론 예비 장인 순봉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재벌 2세 태주가 종종 큰 웃음을 자아낸다. 평생 남편 권기찬(김일우 분)에게 잡혀 살았지만, 이제는 남편에게 큰소리 뻥뻥 치고 사는 허양금(견미리 분)의 변화도 <가족끼리 왜 이래>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소재다. 


아버지의 병을 알고 뒤늦게 통곡하는 자식들의 참회에 함께 따라 울다가, 강심을 향한 태주의 어설프지만 순수한 프러포즈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불치병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그 흔한 막장 요소 없이, 이 시대 가족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는 <가족끼리 왜 이래>. 진정한 홈 드라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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