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백야. 종영 앞두고 파격 승부수 띄운 임성한 작가 공식 은퇴작의 결말은?

돌이켜보면 지난 4일 방영한 MBC <압구정 백야> 임성한 작가는 항상 파격과 논란의 아이콘이었다. 임성한의 출세작 MBC <보고 또 보고>(1998)이 나오기 전만해도, 겹사돈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소재였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은아리영(장서희 분)이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와 의붓 어머니를 상대로 복수를 벌인다는 MBC <인어아가씨>(2002)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매 작품이 방영할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임성한 작가가 만든 드라마는 재미있었고, 시청률도 높았다. 자극적인 극적 설정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한 적도 있었지만,  스토리라인이 탄탄했고, 흡인력도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SBS <하늘이시여>(2005)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SBS <신기생뎐>(2011) 이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분명 재미는 있지만, 예전과 같은 감질맛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원초적인 자극을 위한 자극만 존재할 뿐이다. 현재 임성한 드라마를 둘러싼 주요 비판 중 하나인 뜬금없는 돌연사는 <하늘이시여>에서도 종종 등장했다. 극중 영선(한혜숙 분)의 비밀을 알고있는 소피아(이숙 분)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박장대소하다가 숨을 거두었고, 영선의 첫 사랑이자 훗날 그녀와 재혼하는 홍파(임채무 분)의 아내 은지(김영란 분)는 교통사고로 드라마에서 중도하차하였다. 

그로부터 8년 뒤, 2013년 방영한 MBC <오로라 공주>에는 그 죽음의 빈도가 너무 과했다.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오빠들로 등장, 비중있는 역할로 소개되던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더니, 오로라의 애완견 떡대를 포함, 몇몇 주요 인물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임예진이 맡은 왕여옥 같은 경우에는 유체이탈 후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극 중 암에 걸린 설설희(서하준 분)은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명대사’를 남긴다. 

<오로라 공주> 방영 내내 이어지는 황당무계한 설정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압구정 백야>로 이어진 임성한 작가의 ‘집념’은 쉽게 꺾어지지 않는 듯했다. 일찌감치 백야(박하나 분)의 오빠 백영준(심형탁 분)을 교통사고로 사망처리시킨 <압구정 백야>는 백야와 결혼식을 올린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던 새신랑 조나단(김민수 분)을 불귀의 객으로 만든다. 

자신을 버린 친어머니(이보희 분)을 향한 복수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그녀의 의붓아들 나단과 결혼을 택한 백야는 나단이 사망하자, 자발적인 시집살이를 택하며 친어머니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릴 때 잠시 알고 지내던 장화엄(강은탁 분)과 티격태격을 이어나가던 백야는 화엄과 결혼을 약속하지만, 화엄네 부모의 반대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하지만 지난 4일 방영분에 공개된 것처럼, 백야는 죽음 대신 절에 들어가 불교에 귀의하는 삶을 택했다. <압구정 백야> 첫 회에서 백야가 비구니 복장으로 클럽에 가는 장면이 그녀의 운명을 암시했던 복선이었던 것이다. 유서까지 남기며 자살로 위장한 백야가 절로 들어간 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야가 이대로 승려가 될 지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오로라 공주>에 비해 등장 인물들이 애꿎은 죽음을 맞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주인공이 자살로 위장하여 인적이 드문 산 속에 절로 들어간다는 상황은 두고두고 놀랍다. 

임성한 작가가 앞서 은퇴를 발표한 만큼,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될지 모르는 <압구정 백야>.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자극적인 극적 설정이 많기는 했지만,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임성한 작가의 작품들처럼, <압구정 백야>도 백야의 소동극을 딛고 드라마 등장 인물들 모두 행복을 찾는다는 훈훈한 마무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압구정 백야>가 진행되는 동안 늘 상상과 기대 이상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주었고, 종영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자살 소동을 벌인 여주인공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절에 들어간다는 승부수를 띄운 임성한 작가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은, 끝까지 임성한 작가 드라마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