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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청중 공감 뮤직쇼로 재정비된 ‘슈가맨’. 역주행송은 여전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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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였던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가 재정비 끝에 지난 20일 정규편성되어 돌아왔다. 포맷이 대폭 변경이 된 만큼 프로그램 제목도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으로 한결 가벼워졌다. 





파일럿 때와 비교해볼 때, 정규편성된 <슈가맨>이 가진 가장 큰 변화는 ‘청중 공감 음악쇼’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우선 많은 게스트가 나오는 스튜디오 예능 성격이 강했던 파일럿 때와 달리, <슈가맨>에서는 세대별 청중단 100명과 함께 슈가맨의 음악을 듣고 그에 얽힌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의 음악 버전을 보는 기분이라고할까. 하지만 수많은 일반 관객들이 함께 하는 만큼 <슈가맨>은 파일럿 때보다 더 ‘공감’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비록 짧은 전성기를 맞은 이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들이 불렀던 노래는 수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고, 계속 사랑받고 있다는 것. 그 점을 여실히 강조하기 위해  <슈가맨>이 청중들과 함께하는 음악쇼로 포맷을 변경하였고, 그 덕분에 소수만 즐기는 추억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옛 노래를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을 수 있게한다. 





90년대 반짝 인기를 얻었던 가수를 중점으로 섭외했던 파일럿 때와 달리,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슈가맨을 선정하겠다는 전략도 두드러진다. 지난 20일 방영분에서 유재석팀 슈가맨으로 등장한 ‘미스터 투’는 1993년 데뷔하여 ‘하얀 겨울’을 히트시킨 90년대 그룹이지만, 유희열팀 슈가맨으로 등장한 ‘H(현승민)’의 ‘잊었니’는 2003년 발표한 노래다. 때문에 30-40대 대부분이 알고 있었던 ‘하얀 겨울’에 비해 ‘잊었니’는 의외로 20대들이 이 곡을 알고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철저히 90년대를 살았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파일럿 때와 달리, 여러 세대들을 적극 포괄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이는 시도이기도 하다. 


유재석, 유희열, 김이나, 산다라박 등 4명으로 대폭 축소된 MC진, 100명의 청중들과 함께하는 등 수많은 포맷이 바뀌었음에도 불구,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는 ‘역주행송’이었다. 지난 파일럿 때도 그랬듯이 이번 <슈가맨>의 역주행송에도 ‘B1A4’, ‘에이핑크’ 등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들이 등장하여 선배들 그리고 청중단, 시청자들을 위한 헌정 무대를 꾸민다. 





단순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과거 사랑받았던 명곡이 2015년에도 유효한 트렌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슈가맨>이 가장 공을 들인 컨셉이 다름아닌 ‘역주행송’이다. 하지만 파일럿 시절에도 그랬지만, 아무리 2015년 최고의 프로듀서가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하고, ‘B1A4’와 ‘에이핑크’ 멤버들의 숨겨진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들, 원곡이 주는 감동과 깊이를 넘지 못하는 것은 <슈가맨> 제작진들이 두고두고 생각해야할 숙제다. 


물론, 현재 맹활약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오랜만에 무대에 등장한 선배들을 위해 그들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의의가 있다. 하지만 파일럿 방영 당시 대대적인 혹평에도 불구, <슈가맨>이 정규 편성될 수 있었던 힘은 과거 명곡과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데 있다. 





그러나 슈가맨들의 노래를 더 부각시키기 위해 청중관객단을 모집하고, 가수 활동 중단 이후 슈가맨들의 애틋한 사연을 전달한다고 한들, <슈가맨>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아이돌들이 꾸미는 ‘역주행송’이요,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할 슈가맨들은 뒷전으로 물려나버린다. 


한 때 인기있었던 가수와 노래를 재조명하고, 그 노래에 얽힌 추억을 더듬어보는 컨셉을 지향하면서도, 슈가맨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아이돌들이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이러니함도 기존의 추억팔이쇼들과 차별화를 두고싶은 <슈가맨>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곡을 뛰어넘는 감동은 커녕, 원곡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돌의 노력까지 빛을 바라게하는 <슈가맨>의 ‘역주행송’ 전략은 다시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슈가맨과 아이돌이 함께하는 ‘역주행송’은 어떨까싶기도 하다. 





하지만 파일럿 때와 비교해볼 때, 청중 공감 뮤직쇼로 재정비된 <슈가맨>은 놀라울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잊혀진 명곡을 재소환하고 그 곡을 들으며 잠시나마 추억에 빠지게 하는 <슈가맨>은 계속 진행되어야하고 그 존재 자체로 의의가 있다. 아무쪼록 다음 회에서는 몇몇 눈에 띄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슈가맨>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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