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하나로 뭉친 바보 어벤져스. 뇌섹남녀로 탈바꿈하다

지난 24일 MBC <무한도전>에서는 지난주에 연이어 ‘바보전쟁-순수의 시대’ 특집 마지막회를 방영하였다. 

연예계 대표 ‘바보 어벤져스’로 선정된 8명의 게스트들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합숙훈련을 갖은 이후 연예계 대표 뇌섹남으로 불리는 김구라, 전현무와 퀴즈 대결을 벌인다는 컨셉으로 진행된 이날 방영분에서는 ‘바보 어벤져스’팀이 ‘뇌섹남’팀을 이기며 ‘바보전쟁-순수의 시대’ 특집을 마무리지었다. 

일명 ‘바보 어벤져스’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지난주 방영분이 댄스 신고식, 게스트들간 퀴즈 대결 등 철저히 웃음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이번주 방송은 상식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가려진 게스트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는데 주목한다. 

비록 지난주 방영분에서 라이트 형제를 히틀러로 오인하고, “유레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빙고”로 답한 홍진경이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으나, 각국의 수도를 꿰고 있는 그녀는 자타공인 수도 전문가이다. 한 때 매사 부족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는 간미연은 초성 게임을 통해 풍부한 어휘력을 과시했으며, 남다른 촉으로 객관식 찍기 신공을 발휘하는 솔비의 능력은 보는 이의 혀까지 내두르게 한다. 그리고 솔비의 찍기 능력은 ‘바보 어벤져스’가 퀴즈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바보 어벤져스’들이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상식 부족이 ‘바보전쟁-순수의 시대’의 주요한 웃음 포인트였다고하나, ‘바보전쟁-순수의 시대’는 이들을 희화화하기 위해 기획된 특집이 아니다. 대신, <무한도전>은 각각의 게스트들이 가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곧 다가올 퀴즈 대결에서 힘을 합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로 하나가 된 ‘바보 어벤져스’는 대결에서 승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연예계 대표 뇌순남녀로 구성된 ‘바보 어벤져스’가 하나로 뭉치니 연예계 대표 뇌섹남까지 이겼다는 사실은 예능 안에서 머무르는 재미와 감동을 넘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한도전>이 게스트들을 ‘뇌순남녀’가 아닌 ‘바보 어벤져스’로 칭한 건, 앞에 ‘바보’를 붙이긴 했지만 영화 <어벤져스> 영웅들처럼 서로 힘을 합쳐 막강한 그룹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시여겼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가진 능력 자체가 출중했던 <어벤져스> 영웅들과 비교해보면, ‘바보 어벤져스’들이 가진 능력은 한없이 미약해보인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바보 어벤져스’ 각각이 가진 재능에 주목하며, 그들의 능력을 칭찬하며,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서로 관심사가 다를 뿐, 누가 누구를 감히 바보라고 할 수 있겠나면서 말이다. 그리고 용기를 얻은 ‘바보 어벤져스’는 서로를 격려하고, 각자 부족한 점을 함께 보완해가며 끝내 짜릿한 승리를 일구어낸다. 

여러 갈림길 중에서 단 하나의 길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가진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뭉쳐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 자칭 ‘바보들의 연합’이라는 예능적 요소로 풀긴했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연대’의 힘을 새삼 일깨워준 <무한도전>. 역시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구두장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 속담은 진리였다.